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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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올빼미 농장』는 상당히 기묘한 책이다. 책의 도입부부터 뭔가 그 내면에 기묘한 흐르던 분위기는 시종일관 과연 진실이 무엇인가, '나'라는 인물의 정체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반문케하는 몽환적인것 같으면서도 독특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제목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책은 백민석 작가가 소설가를 그만두기 바로 전에 나온 책이라고 한다. 어쩌면 작가로서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셈인데 처음 출간된 이래로 다시 새로운 옷을 입고 이렇게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인연이 있는 작품인 셈이다.

 

이야기는 작사가인 나라는 인물이 함께 살고 있는 인형에게 어쩌면 자신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막연하게나마 이미지로만 떠올릴 수 있는 농장으로 떠나자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그가 농장을 가게 된 것은 부단히 충동적이면서도 채워지지 않은 호기심의 발로였을지도 모른다.

 

3년 전 지금 살고 있는 그에게 도착한 한 통의 기묘한 편지, 다른 우편물에 섞여 우편함에 들어 있었던 편지를 남자는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편지 보통에 적힌 발신인과 수신인을 생각지 않고 뜯어보고 글을 읽다가 주인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다 이 편지는 잊혀지는데 한 달 전 다시 수신인이 같은, 발신지가 같은 편지를 받게 되고 또다시 자신의 편지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뜯어본 남자는 두 편지를 통해서 보낸이와 받는이가 3년 동안 연락을 주고 받았음을 추측하게 되고 왜 두 편지만 자신에게 온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주인이 따로 있는 편지를 뜯어 보았다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주인에게 돌려주자는 생각으로 편지의 발신지인 고성으로 가게 된다.

 

편지에 언급된 농장이라는 말, 특히나 처음 받은 편지 속 발신인인 동생이 그 농장의 이름을 '죽은 올빼미 농장'이라고 불렀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현지로 가서 주변을 탐색하고 공공기관까지 찾아가보지만 그곳은 터만 남았을 뿐 이미 오래 전에 존재하지 않는 곳임을 듣게 된다.

 

여전히 이 일이 머릿속을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남자는 얼마 전 한 십대 소녀의 데뷔와 관련된 작사를 의뢰받고 함께 일을 진행하게 된 프로덕션의 김실장, 작곡을 맡게 된 손자, 대학 때부터 인연을 맺어 온 민,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곁에 존재하는 인형과 얽힌 일들을 하나 둘 풀어내는데 사실 남자와 연을 맺고 있는 이 인물들도 하나같이 정서적으로 불안한 존재들이다.

 

가수 데뷔를 앞둔 소녀는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이미 여러 차례 해코지를 한 듯한 아이이며 민은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단지를 찾아다니며 그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마치 박제된 인간 같은 삶을 살며, 손자 역시도 상처를 간직하고 있으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김실장과의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남자의 집에 와 있던 어느날 인형의 부추김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이들 중 가장 기이한 존재는 바로 인형이다. 처음 남자의 애인인가 싶었으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인형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사실과 어딘가 모르게 기괴할 정도의 모습을 보이며 그의 곁을 맴도는 것이 오싹하고 끝끝내 남자의 곁에서 떠나지 않는 인형과 두 통의 편지는 그로 하여금 다시 죽은 올빼미 농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데...

 

게다가 남자가 마치 이별 의식이라도 치르듯, 마치 과거와의 작별을 고하는것 같은 모습을 보면 결국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사람이자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존재는 바로 이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끝까지 기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늘함이 느껴지는 오랜만에 상당히 독특한 이야기를 만났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 책이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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