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라니, 근래에
읽은 책들 중에서도 단연코 흥미로운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 같은 제목이자 한편으로는 소설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인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책속의 화자는 이름이 메시라는 골든레트리버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장자자가 키우는 개이기도
하다. 이보다 더 기가막힌 자기 소개가 없는 제목인 셈인데 이야기는 이처럼 소설가가 아닌 소설가의 개인 메시의 시각에서 그려낸 일상들을
소개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책의 진짜 저자가 최근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장자자라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은 소설인가 아니면 에세이인가 싶었던 것이다.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라는 작품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는 장자자의두 번째 작품이기도 한 이
책은 골든레트리버지만 순종이 아니여서 애견숍에서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나날을 보내던 중 지금의 아빠인 장자자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도 아닌 존재가 지나치게 현학적인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그토록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생각한다. 개의 눈에 비친 인간 군상들의 삶과 그 삶 속에서 여러가지의 이유들로 힘들고
괴로워하고 또 좌절하는 등의 문제는 결코 심각하지 않은 문제로 비춰진다.
그것은 메시가 단순히 인간들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마저도 심각하지 않게
생각함으로써 행복을 지나치게 어려운 것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저마다의 삶의 기준이 있고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의 가치가 있겠지만 메시는
이 모든 것들을 너무 어렵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어린 아이의 입에서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의 마치 오랜 수행을 거친 현학자와 같은
대답을 듣기도 한다. 그것은 지나치게 고민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간단하게 핵심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제대로 파악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메시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순수한 아이와 마주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처럼 괜히 소설가의 개가 그것도 베스트셀러 작가의 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흥미로운 주인공 설정만큼이나 매력적인 화자로
그려져서 이 책을 읽는 묘미를 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