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기다리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두 번째 이야기
황경택 글.그림 / 가지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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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도 몇 개의 화분이 있고 그중에는 꽃을 피우는 종류도 몇은 된다. 그래도 식물에 대해서는 어린 아들녀석보다 무지하다 싶을 정도로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다. 그저 물주고 겨울에는 얼지 않도록 돌봐주고 꽃이 피면 예쁘구나 싶어 감상하는 정도다.

 

그렇다고해서 길가에서 만나게 되는 꽃들을 보고도 못본척 지나칠 정도의 무감각한 사람은 아닌데 요즘에는 거리 곳곳에서 개나리와 벚꽃, 목련이 만발하다보니 절로 걸음을 멈춰가면 휴대하고 있는 전화기로 사진을 찍어두기도 한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는 사람이니 어쩌면 화질 좋게 출시되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일이 더 편할지도 모를 1인이지만 잘 못한다고 해서 무관심하진 않기에 마치 오랜 시간을 투자해 빨리 감기해서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순식간에 마주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것 같은 『꽃을 기다리다』는 분명 흥미로움을 넘어 멋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실 이 책은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를 통해서 기획된 두 권의 책 중에서 지난 2015년에 먼저 출간된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에 이은 책으로 식물에 문외한이 사람들이라도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이 책을 포함해 두 권 전체에 담겨진 식물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책으로 본 식물을 바로 내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열매를 먼저 소개한 것은 따라 그리기가 그쪽이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번에 꽃을 선보이며 식물이 꽃을 피우는 이유는 한 해의 성장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씨앗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1년 내내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 관찰한 기록을 책으로 내려다 부족한것 같아 다시 1년을 더한 시간의 기록이 이 책에 담겨져 있는데 추가된 시간동안 또 보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그 즐거움을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이 책은 세밀화로 표현된 식물도감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마치 꽃이 피는 전과정을 그려내는것 같은 책은 꽃의 시작점이자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뿐 꽃은 자신을 피우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는 과정이라는 겨울눈에서부터 보여주는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인것 같다. 이후 새순이 돋고 봄이 오고 또 짙은 신록을 거쳐 완연한 꽃의 계절을 맞고 정렬적으로 피어나는 꽃들에 이어 가을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이 눈으로 담고 손으로 세밀하게 그려낸 그림에는 아주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은 정성이 엿보이며 저자의 간략한 설명도 함께 적혀 있어서 모르고 봐도 문제 없는 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간략함을 넘어서는 코멘트도 적혀 있기 때문에 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 아름다움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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