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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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만 봐도 단순히 물건을 줄이고 검소하게 사는 수준이 아니라 이것이 곧 삶의 질과도 관련이 있고 크게 볼 때는 인생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에서 저마다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니멀리즘에서도 공간을 꾸밀 때 고려되는 요소는 자신에게 편하고 아늑함을 주는 것일테다. 이는 행복과도 무관하지 않다. 집 안에서 자신을 마음을 이렇게 만들어주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

 

집 안이라고 해도 여러 공간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집 밖의 어느 특정한 공간이 있을 수 있는데 『공간의 온도』는 바로 이러한 공간에 주목해서, 살면서 자신의 감정이 너무 차가워지거나 반대로 너무 뜨거워졌을 때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자 하는데 이때 그 대상이 사람일수도 있지만 공간일 수도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쭉 살아온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걷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멀지 않았던 하굣길을 종종 걸어서 갔고 그 길 역시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매번 같은 길을 걷지는 않았던것 같다. 이러한 성향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도 이어졌고 이제는 자신의 동네 뿐만이 아니라 반경을 넓히게 되었다고 한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와는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직접 두 발로 걷고 싶었고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걷게 된 곳들 중에는 그냥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 있었다는 사실에 깨닫게 되자 공간이 주는 위로가 생각보다 크고 강하다는 사실에 주목해 이 책에 담아낸다.

 

걷기와 공간을 접목해 소개하는 점도 흥미로운데 예를 들면 '제자리 걷기'에는 책상·침실·창가·소파·부엌 등과 같은 집안의 공간들이 나오며 '가까이 걷기'에서는 집 대문을 열고 나오면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공간들이 나오는데 어쩌면 어릴적엔 존재했으나 지금은 없는 공간도 있을 수 있고 여전히 남아 있는 공간일 수도 있는 추억과도 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 공간들에는 시계방·미용실·공중전화박스·세탁소·사진관·학교·빵집 등이 있다.

 

'느리게 걷기'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장소여서 의도적으로 계속 찾아가는 곳들로 저자에게는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고 하는데 그 분위기나 위치, 특색 등을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공간들을 실제로 가보고 싶은 사람들은 참고해도 좋을것 같다.

 

'멀리 걷기'는 비일상적인 공간들이다. 그렇기에 자주 찾아갈 수는 없다. 시간과 마음을 할애해야 가능하다. 그렇기에 뜻밖의 큰 힘을 나눠 받게 되는 공간이라고 한다.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긍정적 에너지를 의미하는것 같다. 끝으로 '다르게 걷기'는 '멀리 걷기'와는 같은 듯 다른 의미의 일상에서 벗어난 공간을 이야기 한다.

 

때로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우리가 지나치는 공간일수도 있고 때로는 부득이하게 시간을 내야 갈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른 이들과 똑같지 않아도 되고 화려하거나 많은 비용이 들어야 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더라도 그곳을 찾았을 때 나의 기분이 행복질 수 있는 곳이라면, 이런 공간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에게 그런 공간을 만들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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