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메로네 - 테일 오브 테일스
잠바티스타 바실레 지음, 정진영 옮김 / 책세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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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많이 읽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던 세상 모든 동화들의 어른 버전 같은 책이 바로 『펜타메로네』이다. 어딘가 모르게 동심파괴 버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심지어 마지막도 권선징악적 결말을 보여주면 단순히 ‘그후로도 오랫동안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내지 않고 왕자와 공주의 행복을 방해한 인물에 대한 끔찍한 형벌이 내려지니 말이다.

 

이 책은 제68회 칸 영화제와 제20회 부산 영화제 화제작인 동시에 이탈리아의 오스카로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무려 7관왕을 차지한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마테오 가로네 감독 연출에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영화는 원작소설인 『펜타메로네』를 모두 다루고 있지 않고 세 편 정도을 골라 창작 변형한 경우이기 때문에 소설로 만난다는 것은 ‘지중해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유럽 최초의 동화 모음집을 읽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옛날 발레 펠로사의 왕이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자신의 외동딸인 초자 공주를 웃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결국 왕궁 대문 앞에 커다란 기름 분수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다. 분수를 지나가던 행인들이 기름 때문에 겪는 온갖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초차가 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분수가 완성 되고 초차는 격자창 앞에서 시무룩하게 밖을 내다본다. 어느 날 한 노파가 기름 분수에 와서 항아리에 기름을 채워가자 왕궁의 시동 하나가 돌을 던져 항아리가 깨지자 노파는 시동을 향해 온갖 욕을 쏟아내고 이에 질세라 어린 시동 역시도 노파를 향해 노파 못지 않은 욕을 퍼붇는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초차가 처음으로 거의 기절할 정도로 웃어대자 이에 화가난 노파는 캄포 로툰도의 타데오 왕자가 아니면 남편을 절대 맞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 아닌 저주를 내리고 이에 초차는 밤에 몰래 아버지의 보물창고에서 금화를 가지고 나와 길을 떠난다.

 

힘겹게 몇몇 요정을 거쳐 초차는 캄포 로툰도에 도착하고 저주처럼 잠들어 있는 왕자를 깨우기 위해 한 말의 통을 눈물을 채우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통을 채우기 거의 직전에 졸려서 깊은 잠에 빠지고 왕자를 깨우기 위한 저주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여자 노예가 마지막 눈물을 채워 결국 왕자를 깨우고 왕자는 이에 노예를 자신의 아내로 받아들이게 된다.

 

잠에서 깨어나 사실을 알게 된 초차는 성 주변에 머물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만났던 요정이 준 호두, 밤, 개암 한 알씩을 깨트려 그속에서 나온 귀한 보물들로 노예의 관심을 끌게 되고 왕손을 임신해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던 노예는 왕자를 협박해 초차가 가진 보물을 가져오게 만든다.

 

결국 마지막으로 가져 온 인형이 노예로 하여금 이야기를 듣고 싶게 하는 욕구를 활활 타오르게 하고 이에 왕자는 또다시 뱃속의 왕손을 걱정해 오아국에서 가장 노력하고 달변인 이야기꾼 열 명을 가려 뽑아 노예가 출산하기 전까지 사오 일 동안 즐겁게 지내면서 각자 하루에 한 개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명한다. 그렇게 해서 불려 온 여자들은 5일에 걸쳐 매일 열 개의 이야기를 하고 열 개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날그날 왕궁의 신하들이 왕자와 막간극을 벌이는 것으로 하루가 끝이나는 것이다.

 

이 5일동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리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가 펼쳐지고 마지막에 초차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는 노예가 자신을 속이고 왕자를 깨우기 위해서 눈물을 담은 통을 훔쳐갔던, 그리고 왕자까지도 속였던 진실이 담겨져 있었다.

 

노예는 초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것이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고 그녀의 이야기를 멈추려 하지만 왕자는 노예의 반응과 초차의 이야기를 통해서 노예의 거짓말을 알게 된다. 결국 왕자는 초차가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하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자 노예를 산 채로 묻어 죽게 만드는 벌을 내리고 초차를 아내로 맞고자 초차의 아버지인 발레 펠로사의 왕에게도 연락하게 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초차의 이야기 역시도 어딘가에서 본 듯한 동화의 한 장면이며 노예의 배신이나 협박, 왕자가 이야기꾼을 모으고 초차가 이를 계획해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부분은 권선징악적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노예에게 벌을 내리는 것은 잔혹 동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다섯 날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는 동심과는 멀어져 보이지만 익숙한 이야기의 새로운 버전 같아 신선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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