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다이어리 1
정수현.김영은 지음 / 곁(beside)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때부터인가 퓨전 사극 로맨스가 인기다. 아무래도 정극보다는 상상력을 가미할 수 있고 때로는 현대적 감각까지 입힐 수 있으니 독자들도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한양 다이어리 1』는 그런 분위기가 강하다. 게다가 이야기의 근간에 흐르는 요소들은 왠지 실존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도 이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시작은 향이라는 여인이 낯선 사내들로부터 쫓기면서이다. 그녀는 만삭의 몸으로 조선의 25대왕 철종, 강화도령 원범이 사랑했던 여인으로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철종의 아이자 장차 왕실을 이을 수 있는 존재였기에 안동 김씨들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놀아나 줄 허울뿐인 왕으로서 철종을 왕위에 세우게 되고 결국 철종은 사랑하는 여자마저 잃은 채 궁에서 이전의 선하고 빛나던 모습에서 타락한 채 운명을 달리는 비운의 왕이 되겠다.

 

그렇게 철종이 33세의 나이에 후사 하나 없이 세상을 떠나자 이하응과 조대비는 계략대로 이하응의 아들 재황이 26대 임금 고종이 된다. 그러나 고종은 아버지의 세에 눌려 자신의 뜻조차 펼치지 못한 채 철종이 그러했듯 아버지의 허수아비가 되어 살아야 했고 결혼마저도 외척 세력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여인으로 아버지가 정해준대로 살아야 할 운명이였는데...

 

여기에 스스로 을지로라는 가명으로 조선 최고의 카사노바 흉내를 내며 살아가지만 사실은 조 대비의 조카이면서 병조판서 조병준의 서자인 조유하로 태어나 출신 성분으로 인해 정해진 관직이 불을 보듯 뻔해 한량처럼 살아가고 현재의 와인 이태원과는 오랜 친우관계를 맺고 있다.

 

조선 최고의 클럽인 '구락부 원'에는 신세계백화점을 운영하며 많은 여성들의 유행을 선도하는 청담이 있다. 을지로는 그동안의 한량짓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청담으로부터 도움을 얻게 되고 맹랑하지만 지금껏 자신이 만난 여자들과는 다른 청담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결국 태원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보여주고자 구락부 원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약간의 오해가 생겨 태원은 지로의 정인을 청담인 아닌 앞으로 자신과의 혼담이 오갈 자영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모든 것이 낯선 경험으로 인해 우연히 만나게 된 청담을 마음에 담게 된다.

 

책은 서자로 태어나 출세의 길마저 막혀 한량처럼 살아가는 지로, 왕이지만 허울뿐인 태원, 몰락한 양반가의 딸로 누구보다 큰 야망을 지닌 자영, 혜화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향이의 뱃속에 있었던 쌍둥이 여자아이로 다행이 화를 면했으나 그 운명이 비범해 대원군이 죽이려 하는 출생의 엄청난 비밀을 간직한 청담을 중심으로 로맨스와 야망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게다가 조선식 클럽, 백화점, 조선 시대의 카페인 가비인을 비록해 마차나 말을 대신 주차해주는 발렛파킹인 박래를 비롯해 온갖 현대식 문물을 등장시켜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유쾌하게 해준다. 1권에서는 태원과 청담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지만 태원의 신분이 밝혀지고 이어서 청담이 위험에 처하게 되면서 조선을 떠나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남장을 한 신청담과 조유하가 조선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책이다. 전반적인 스토리의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영화로만 담기에는 아쉬울 정도이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아름다운 영상미의 드라마도 꼭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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