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
이누이 루카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테후테후'라는 마치 의성어 같은 느낌의 단어가 지닌 의미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서두에서 '테후테후'는 '나비'라는 뜻을 가진 일본 고어라고 소개된다. 이는 그저 제목에 대한 뜻풀이인가 싶었지만 결국 이 말은 이 책에 쓰여진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하게 될 열쇠나 다름없는 존재임이 결국 밝혀진다.

 

『테후테후장에 어서 오세요』는 일본 NHK BS프리미엄 인기 주말 드라마 <나비장에 어서 오세요>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데 드라마는 보질 못해서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 나면 드라마도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은 해본다.

 

오래된 연립주택 테후테후장. 2층으로 된 건물 외관은 보는 사람들마다 오래되었다를 넘어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반전돋게도 내부는 주인의 정성어린 손길이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다.

 

<테후테후장 내부 구조>

 

 

하지만 건물 자체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입주조건이였다. 보증금도 보증인도 관리비도 없는데 방세는 한 달에 고작 13,000엔이며 이마저도 첫 달은 공짜다. 구조는 방이 두개에 부엌이 있고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다만, 욕실과 화장실은 공동 사용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방에 유령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실질적인 피해는 없으나 하룻밤 해당 방에서 자고나면 유령이 보인다. 이것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처음 방을 구하러하면 독특한 미성을 지닌 주인은 사진을 보여준다.

 

절대 방구조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인데 이 사진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방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해당 방에 사는 유령의 사진인 셈이다.

 

이야기는 1층에 1~3호실까지, 2층에 4~6호실까지 총 6개의 방이 있는 이 오래된 연립주택에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입주하게 된 사람들이 방의 모습이 아닌 사진(유령)으로 방을 선택하고 그 방에서 해당 유령과 함께 동거동락하며 그들을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와 아픔, 한계 등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다카하시 신이치는 자신감 없는 모습 때문에 취업의 고배를 마시고 프리터로 생활하면서 방세를 줄이기 위해 집을 알아보던 중 테후테후장까지 오게 되고 주인이 보여주는 사진 중 여성을 골랐기에 1호실에서 지내게 된다.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시라사키 사야카. 죽기 전 대학생으로 연인이던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기구한 여인이다. 하룻밤 자고 일어난 다음날 사야카를 보고 기절을 할 정도였던 인물이지만 결국 자신의 형평상 테후테후장을 떠날 수 없기에 울며겨자먹기로 유령과의 동거를 이어나간다. 두려움에 떨던 날들도 잠시 그는 사야카를 통해서 점차 이전과는 다른 자신을 발견해 나간다.

 

2호실의 이다 미쓰키는 슈퍼의 선어 매장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2는 그녀에게 행운의 숫자 같다. 아버지를 닮아 예쁘지 않은 것이 콤플렉스인 그녀가 매장에 새로 온 신입사원을 짝사랑하다 상처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2호실에 함께 살고 있는 엔도 도미지라는 초로의 유령으로부터 아버지와 같은 위로를 받는 이야기다.

 

3호실의 나가쿠보 게이스케는 사기죄로 징역을 살다 나와 전과자라는 이유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의 과거는 그의 현재와 미를 옭아매 제대로된 취업도 하지 못하게 하고 원하던 회사에서는 모욕에 가까운 면접을 받고 낙담한다.

 

그러다 다시 나쁜 길로 빠지려던 그에게 함께 사는 유령이자 살아 생전 무엇이든 했다하면 광고든 프로그램이든 망하고 말아 오히려 그것으로 유명했던 이시구로 사치코라는 여성으로부터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충고와 위로를 받게 되고 이를 계기로 그는 진짜 달라지려 노력하는데...

 

4호실은 현재 비어있는데 예전엔 파일럿이 되고 싶었으나 백혈병으로 투병생활을 해야 했던 히라하라 아키노리라는 대학생이 살았다. 그 방에는 미나토야 가오루라는 교복을 입은 학생 유령이 살았는데 가오루는 지금까지 다른 입주자가 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거부한 채 히라하라를 기다려 오고 있었는데...

 

5호실의 마키 마유미는 5년 전 사고를 당해 죽은 오빠가 좋은 곳으로 가도록 백일 공양을 하기 위해 테후테후장을 찾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로 유일하게 유령이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그녀로 인해 테후테후장의 주인의 정체가 밝혀진다.

 

6호실은 5호실의 사연과도 관련된 인물이자 유일하게 함께 사는 유령인 야마자키 쇼타와 적대관계를 맺고 있는 요네쿠라 미치노리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자 하지만 생계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 괴로워하는 동시에 물을 다루는 능력으로 호시탐탐 그를 죽이려하는 쇼타와의 위험한 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각 호실에 있는 유령들은 진짜 사람들처럼 각자의 이유로 성불하지 못한 채 이승에 남겨져 있는데 이들을 유령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진실된 감정으로 대하게 되면 곧 누름돌이 사라져 성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6명의 사람들은 6명의 유령들을 성불하도록 도와주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주인장의 정체와 그를 성불케하려는 남은 입주자들의 노력은 또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승을 살아가는 인간이든, 저승에 가야 할 유령이든 각자의 사연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테후테후장을 배경으로 각호실에 있는 인간과 유령은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주면서 이것이 가능케 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과연 드라마는 어떻게 이 모든 이야기를 그리고 있을지 더욱 궁금해져서 기회가 되면 드라마도 꼭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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