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이경희 그림, 손지상 옮김 / 네오픽션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살면서 누구나 슬픔의 밑바닥에 빠진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 누군가로부터 배신, 실패 등 그 이유는 다양할텐데 그런 순간 나에게 힘을 주어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이가 있다면 어떨까?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는 제목 그대로 슬픔의 밑바닥에 처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이들을 그 슬픔의 밑바닥에서 일으킨 존재는 결국 사람이지만 그럴 수 있도록 계기가 된 것은 고양이다.

 

총 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4편은 마치 붉은 실 마냥 서로 이어져 있다. 스물 아홉살로 시골 한구석의 파친코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고로라는 남자가 올해로 환갑을 맞은 단골이자 철물점을 운영하면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러 오는 유미코 아줌마가 놓고 간 일종의 '입양 부모 찾기 노트'로 인해서 겪게 되는 일상적인 미스터리이지만 오싹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뭉클해지고 감동적이면서도 슬픔의 치유를 얻게 되는 이야기다.

 

동네의 심부름 센터에서 일하는 세 살 아래의 프리터 히로무는 역시나 파친코 단골인 일대의 부자로 알려진 가도쿠라 씨의 메달 상자를 훔치다 들키면서 그로부터 '음, 이 녀석이라면 돈을 그냥 줘도 좋겠군.'하는 생각이 들면 얼마든지 돈을 줄테니깐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말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후 히로무는 단독 사건을 의뢰받고 야반도주한 집에 가서 고양이를 다른 업자에게 넘겨주면 되는 것인데 고양이를 만지지 못하자 고로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다. 죽었다고 생각한 고양이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고양이를 사서 잔혹한 짓을 저질러 그 영상을 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든 고양이의 주인을 찾아주고 고양이까지 살리려는 가운데 고양이의 주인인 유토와 그의 어머니가 처한 슬픔의 밑바닥을 엿보게 된다.

 

돈이 필요한 그때 히로무는 파친코에서 엉뚱한 소리를 했던 가도쿠라를 떠올리고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일로 인해 평생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이기에 유토네 가족을 도와주고 싶어하는데...「울지 않는 고양이」

 

두번 째 이야기인「인연의 조각」는 마치 물에 잠길것 같은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부터 시작한다. 사진 속 고양이가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해 이를 찾아내기 위해 고로, 히로무, 유미코 아줌마는 합심하고 아줌마가 산책시키던 가도쿠라 사장네 개인 유메가 사진에서 뭔가 냄새를 맡은게 아닐까해서 사진 속 풍경으로 추측되는 장소로 향하던 중 나이에 비해 성장이 다소 더딘 가도쿠라 사장의 아들인 쇼타로와 만난다.

 

쇼타로를 통해 사진 속 고양이의 상황을 알게 되고 안심하던 차에 이번에는 가도쿠라 사장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게 된다. 도착한 병원에서 그 고양이를 만나는 것과 함께 사실은 가도쿠라 사장이 종양으로 얼마 살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도쿠라 사장의 시점에서 그는 십년 전 지금의 아내이자 학창시절 동창이기도 했던 쇼타로의 엄마를 만나고 사진작가였던 쇼타로의 친부가 떠나고 어렵게 쇼타로를 키우던 그녀와 마침내 결혼까지 하게 된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쇼타로를 위해서라도 요리교실을 운영하며 요리를 가르쳐주고 싶어했던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졌고 가도쿠라 역시도 친부가 아님에도 쇼타로를 아꼈지만 이제 그는 두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것이다.

 

역시나 노트에서 사진을 보고 아들이 고양이를 학대하는 것이라고 오해한 그가 고양이를 구해오다 사고가 났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쇼타로는 친부가 남겨두고 간 즉석 사진기로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모아 가도쿠라에게 선물을 한다.

 

“사장은 졸업해도 되지만 ‘아버지’는 졸업하면 안 돼. 천국에 가서도 ‘아버지’는 꼭 잊지 말고 계속해야 해, 알았지?”(p.102)라고 말하는 쇼타로. 세상에 아무것도 남긴게 없다고 생각했던 가도쿠라는 쇼타로의 말에 처음 그의 아버지가 되어주고자 했던 마음을 아들에게 들려준다.

 

「투명한 출발선」은 유미코 아줌마의 노트에서 소식을 얻어 고양이 카페에서 입양을 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오고 이를 통해 알게 된 레미라는 여성과 그녀의 직업, 그녀의 고양이 히메에 얽힌 이야기가 어쩌면 똑같은 슬픔의 밑바닥에 놓여 있던 유미코 아줌마와 그녀의 딸에 대한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레미 씨와 유미코 아줌마 모두가 치유를 얻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 「기적의 붉은 실」은 앞선 세 이야기의 화자인 동시에 주변인이기도 했던 고로와 히로무가 노트에 적힌 시로라는 고양이를 찾고자 하는 고향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시로라는 고양이가 이어주는 붉은 실을 따라가다가 이제껏 잘못 알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아픔과도 같았던 기억을 치유하고 서로 알지 못했던 가족의 존재를 알아가는 이야기다.

 

시작은 히로무의 친모인 사유리의 노력이 작용했으나 결국 두 사람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에 존재했던 검은 고양이인 시로가 이어준 붉은 실로 인해 모든 기억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대체적으로 고로가 주된 화자이나 각 편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이 자신의 시점에서 다시 이야기를 풀어가고 네 편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각 편에서 주변인이나 조력자가 되기도 하면서 때로는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네 편은 따로 또 같이 구성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신비로우면서도 가슴 아픈 슬픔이 자리해 있지만 그 슬픔의 밑바닥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보다 긍정적인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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