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 23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크루즈 여행은 상당히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항구에 닿지 않는 이상 바다 한 가운데 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무섭기도 한데 사이코스릴러의 제왕으로 불리는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신작 『패신저 23』을 읽고 있노라면 왠지 크루즈 여행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잠입 수사관으로 일하는 마르틴은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다른 사람들이 꺼려하는 사건에 투입된다. 용의자로 가장해 끔찍한 역할을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진짜 용의자와 같이 보이기 위해 자신의 치아까지도 부술 정도이다.

 

결국 사건은 무사히 해결되고 그는 치과의 치료를 받는 중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5년 전 크루즈 술탄호에 탔던 아내는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는데 평소 잠입 수사관으로 일했던 그는 당시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고 이후 그의 삶은 마치 자신은 어찌되어도 상관없다는 느낌의 자포자기처럼 느껴진다.

 

그런 그에게 한 노파가 전화를 걸어 그 술탄호에 타라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급하게 크루즈에 탑승하게 되고 자신에게 전화를 건 게를린데 도브코비츠라는 78세의 노파를 만나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의 죽은 아들이 가지고 있던 곰인형을 아누크라는 어떤 여자아이가 들고 있었다는 것이며 아누크는 8주 전에 엄마와 함께 술탄호에 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뒤늦게 이 여자아이만 나타난 것이다.

 

마치 5년 전 자신에게 일어난 아내와 아들의 죽음과 너무나 닮아있는 사건이다. 게다가 5년 전 이 사건의 재판에서 마주했던 선장 다니엘이 지금 이 배를 운행 중이며 해운 회사 오너인 예고르 칼리닌까지 엮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르틴이 술탄호에 타도록 했다는 예고르, 게다가 아누크를 만나게 해주겠다고도 말하며 아누크가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를 밝혀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다며 말한다. 덧붙여 만약 마르틴이 경찰에 신고를 하면 이 사건의 관계자이기도 한 그는 결코 아누크를 직접적으로 대면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아누크의 사건은 물론 아내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까지 알고 싶지 않냐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나온다.

 

여기에 그 시각 딸과 함께 크루즈에 탄 율리아라는 간호사는 딸의 학교 멘토이자 자신의 연애 상대이기도 했던 남자로부터 딸이 마치 돈을 받고 문란한 행위를 하는 듯한 동영상 파일과 그에 대한 덧글을 보게 되고 아이가 즐겁게 크루즈에 탔던 것은 이 일로 인해서 어쩌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죽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결국 아이의 대부이기도 한 선장 다니엘을 만나 배를 돌리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로부터 '패신저 23'이라는 말과 함께 최근 일어난 한 소녀의 미스터리한 행방에 대해 듣게 되는데...

 

매년 평균 23명의 승객들이 크루즈선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해서 붙여진 '패신저 23'. 이는 감출 수 없어서 외부적으로 알려진 경우에만 그렇고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은 수치일 것이라고 다니엘은 말한다.

 

해운 회사가 이를 감추려고 하는 이유는 사실로 밝혀질 경우 수사하는 동안 발생하는 손실과 막대한 보상 비용으로 인해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서 다니엘 역시도 스스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르틴은 진실을 알기 위해 서로의 이익이 맞물린 가운데 배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누크가 있었던 곳, 그렇다면 아이의 엄마는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한 모든 것들을 마르틴은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마치 고립된 하나의 소도시 같은 크루즈선에서 벌어지는 너무나 끔찍한 사이코패스의 범죄행각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해가는 모습이 긴장감 있게 그려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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