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보쟁글스
올리비에 부르도 지음, 이승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미스터 보쟁글스』는 사랑스럽고도 슬프고 애잔하지만 진한 가족애가 느껴지기도 하는, 이상하지만 동시에 매력적인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를 부르는 이름이 매일 바뀌는 부모님은 마치 익살꾸러기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던 때에도 말장난 같은 거짓말로 아버지는 자신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한것 믿게 만들어 버리고 그들로 하여금 점점 더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하는데 이때 어머니도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 농감같은 거짓말을 오로지 어머니만이 대응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삶을 살아가는 방향과 그속에서 추구하는 즐거움이 같은 두 사람은 이후 부부가 되고 넓은 집에서 시시 때때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다 아들이 태어나고 아프리카 여행 중 온갖 서류들과 절차를 거쳐 더부살이 아가씨라 부르는 쇠재두루미를 데려와 키우게 된다.

 

아버지는 상원의원인 쓰레기 덕분에 카센터 개업자가 되어 큰 돈을 벌고 이후 스페인에 별장까지 사서 은퇴한 뒤로는 소설을 쓰겠다고 하지만 출판사로부터 “잘 썼고, 재미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네요.”라는 답변을 듣고 퇴짜를 당한다.

 

삶의 매 순간을 심각하게 살기 보다는 즐겁게 살려는 가족이고 거의 매일 밤마다 늦게까지 파티를 즐기는 가족이기에 아들 역시도 오전에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점점 이어지고 결국 '조기퇴직'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세무조사원이 집으로 찾아와 그동안 세금을 너무나 오래도록 내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면서 평화롭고 즐겁던 가족들의 삶은 산산조각 난다. 아들이 태어나고 몇해 만에 점차 이상한 증상을 보이던 아내는 이 일로 인해 집에 불을 내고 결국 의사들의 권고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오랫동안 우편물을 확인하지 않았던 결과로 인해 현재 살고 있는 큰 집을 팔아 세금을 내고 작은 집으로 옮겨와 살면서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보러가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계획해 전대미문의 유괴 자작극을 벌이게 되고 셋은 감쪽같이 어머니를 탈출시켜 스페인의 별장으로 간다.

 

스페인에 도착해 이전처럼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이들에게 다시금 어머니가 우울증 등의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면서 점차 힘든 시기가 이어지고 마을의 유명한 축제 날 유일한 이방인이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이자 마지막일것 같은 춤을 춘다.

 

그날 밤 어린 아들의 곁에서 마치 유언과도 같은 이야기를 남긴 채 어머니는 가족들을 위해 자신에게 영원한 평화를 선사한다. 그후로 아버지는 잠도 자지 않고 힘들어보이지도 않은 채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쓰게 되고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후 자신들을 보러 온 쓰레기에게 아들을 맡기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어머니를 향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난다.

 

두 사람의 광기와도 같은 사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하고 그동안 아버지가 썼던 이야기를 출판사에 보내게 되고 이는 처음 아버지의 투고와는 달리 그 가치를 인정 받아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세 사람이 가장 행복하던 때에는 늘 같은 노래인 니나 시몬의「미스터 보쟁글스」가 흘러 나왔다. 이 노래는 이들 가족의 추억 속 가장 행복한 한 때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틀에 박힌대로 살지 않는, 괴짜와도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독특하고 흥미로웠고 유쾌하지만 애잔함이 흐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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