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는 지난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꼽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기택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김기택 시인은 스스로가 처음에는 직장 생활을 했었고 서른이 넘은 나이에 등단하면서 시인과 직장
생활을 무려 이십여 년간 병행해왔다고 한다.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시를 읽는다는 것인 시대를 잘 못 읽는 사람처럼 느껴질수도 있을것
같은데 김기택 시인은 흥미롭게도 그렇기에 오히려 시를 읽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시를 통해서 다시 숨을 쉰다니 뭔가 절박한 상황에 대한 치료법
같은 이 표현은 그럼에도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에는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가 담겨져 있다.
어쩌면 자신도 한 명의 직장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을 힘든 순간 순간들을 또다른 직업인 시인으로서 이겨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은 김기택 시인 스스로를 위한 위로이자 시인처럼 오늘도 지친 하루를 보낸 이 땅의 수많은 직장인들의 어깨를 따뜻하게 토닥여줄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주된 대상은 직장인들을 위한 시집이자 산문집이지만 굳이 직장인에 대상을 한정짓지 않아도 읽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책은 봄 · 여름 · 가을 · 겨울에 읽는 시라는 부제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또한 이 시를 접하게 될 독자들의 취향에 따라
굳이 계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함축적인 언어로 쓰여진 시에는 인생의 희노애락이 전부 담겨져 있기에 독자들은 이 책에 담긴
시를 통해서 한 번, 곧 이어서 나오는 산문을 통해서 또 한 번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참 좋은
말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으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로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p.56~57,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