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모 광고의 카피처럼 생명 연장의 꿈이 더이상 꿈이 아닌 상황에서 과거와 달리 평균수명도 상당히 늘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있듯이 60살이라는 나이는 더이상 늙었다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인생의 시계는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리 흘러간다고들 하고 나이가 든다는 건 늙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것 같아 나이드는게 겁나기도 한다.

 

내 인생이 과연 20살은 올까 싶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코웃음이 쳐지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60대의 내 인생을 생각하기란 그때만큼이나 어려운게 사실이다. 과연 여유와 에너지가 그때도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젊은 이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 요즘 무려 60대인 세 명의 여성들을 주인공 해서 그 나이 대의 이야기를 의외로 신선하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듦은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누구라도 겪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는 나이듦이 결코 무시무시하지만은 않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류에서 벗어나 제 2의 인생을 살아야 할 것 같은 세 명의 이야기는 잔잔한듯 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도쿄 근교의 자그마한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상점가에 자리잡은 반찬가게 코코야. 가게 이름대로 주인은 코코라는 60대 초반은 여성, 그리고 개업 이후 가게와 함께 해온 점원 마쓰코와 신입 이쿠코라는 세 명의 나이 지긋한 아줌마들이 가게를 이끌어간다.

 

저만큼의 인생을 산 사람에게 사연하나 없을까 싶은데 역시나 그녀들에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들은 어찌됐든 현재 싱글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슬픈 경험이다. 전남편과 이혼한지 한참이지만 계속 전남편을 멀리할 수 없는 코코와 첫사랑에게 버림받은 후 30년이 넘도록 홀로 살고 있는 마쓰코, 아들을 잃고 현재는 남편과 사별한 채 지내는 이쿠코까지.

 

어쩌면 나이가 있으니 혼자라는 것에 점차 익숙해질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저마다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상태라 그게 쉽지만도 않아 보인다. 그리고 나오는 요리들이 묘하게 그녀들을 위로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를 60대 할머니라 부를수도 있는 세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마치 <카모메 식당>, <심야 식당>, 영화 <초콜릿>을 떠올리게도 한다. 먹는 것이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그속에서 우리는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치유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인생의 연륜이 묻어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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