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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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리고 표지에 끌렸던 책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이라는 점도 작용을 했을테지만 무엇보다도 표지에도 그려져 있듯 『도토리 자매』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이 가장 컸다.

 

살다보면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변이 사람이 없거나 많다는 것에 상관없이 외로울때 누군가를 붙잡고 그냥 내 외로움을 토로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렇듯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비밀스러운 홈페이지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도토리 자매'인 것이다.

 

참 특이한 것이, 무작정 이야기하고 싶고, 무슨 이야기든지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럴 사람이 없을때 도토리 자매에게 메일을 보매면 답장이 온다는 것이다. 세상이 이런 홈페이지가 있으면 비밀을 지키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쩌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테니 영원히 비밀스럽게 남아 있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도토리 자매입니다.

이 홈페이지 안에만 존재하는 자매죠.

별거 아닌 얘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일, 없으세요?

언제든 우리에게 메일 주세요.

어떤 내용이든 괜찮습니다. 정해진 틀 안에, 정해진 글자 수만큼이라는 규칙은 있지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장은 꼭 보내겠습니다.

- 도토리 자매 올림”

 

세상에 정해진 틀, 정해진 글자수를 맞춰서라도 보내고 싶어진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답장을 보내준다니 과연 내 메일에 대해 어떤 답장을 보내줄까 싶어서라도 보내고 싶어질것 같다. 돈코와 구리코가 바로 도토리 자매인데 그녀들이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를 보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이집 저집을 떠돌아다니면서 저마다 다른 분위기에 위축되기도 하고, 이별을 하기도 하는 등의 일들을 겪게 된다.

 

두 사람이 그런 일들을 겪었기에 비록 모르는 사람일지언정 고독을 치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이야기에도 답장을 해주겠다는 '도토리 자매'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돈코와 구리코에서 따온 돈구리(일본어로 도토리라고 한다.)로 여기엔 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겨져 있기도 해서 왠지 따뜻하면서도 귀여운 이름이구나 싶어진다.

 

그래서 그녀들이 보내는 답장이 그냥 한 통의 답장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의 마음에 시간이 걸려서라도 답을 보여준다면 이메일로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답장을 받는 것에서도 충분히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도토리 자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야기속에서만이 아닌 지금 우리 주위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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