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장 자끄 상뻬라는 작가는 1978년부터 2009년까지 30년 이상 『뉴요커』지의 표지를 장식해 온 상뻬의 그림 150여 점을 수록한『뉴욕의 상뻬』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그림을 보면서 정말 괜찮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이분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린 장본인이였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림을 그린 이는 눈여겨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최근에 이르러 읽게 된 책은 『얼굴 빨개지는 아이』이다. 제목 그대로 특별한 이유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마르슬랭 까이유의 이야기인데 병원에 가봐도 그 병명을 밝힐 수 없고, 치료할수도 없는 상태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얼굴이 빨개지는데 보통 얼굴이 빨개져야 하는 혼이 나거나 긴장하거나 춥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얼굴색이 멀쩡해서 이래저래 고민이고 곤란한 마르슬랭인데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얼굴색 때문에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하고 혼자 노는게 편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햇볕에 얼굴이 타서 빨개지면 평소 자신의 빨간 얼굴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여름이 좋다는 말을 하는 마르슬랭의 말이 참 마음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날,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누군가의 재채기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소리를 따라 가보니 한 꼬마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르네 라토였다. 마르슬랭이 이유없이 얼굴이 빨개지듯 르네는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는 아이다.

 

보통의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특이한 점을 가진 두 아이는 그날로 친구가 되고 르네는 마르슬랭에거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고, 마르슬랭은 르네에게 운동을 가르쳐 준다. 서로 자전거를 타며 놀기도 하고, 목요일과 일요일만 되면 하루종일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이제 둘은 어디를 가도 마르슬랭은 르네가 있는지 찾고, 르네는 마르슬랭이 왔는지 찾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한 둘은 진짜 친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르슬랭이 할아버지 댁에서 일주일간의 방학을 보내고 돌아와 보니 르네의 가족은 이사를 간 이후다. 다행히 르네가 마르슬랭에게 편지와 새주소를 남겼지만 아빠는 바쁘고 할일이 많아서 그것들을 어디에 뒀는지 알지 못하고, 결국 찾지도 못한다.

 

르네가 이사간 후 마르슬랭은 다른 친구들을 사귀지만 여전히 르네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절의 시간들이 하루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듯 점차 마르슬랭은 어른이 되고 다른 사람들처럼 바쁘게 생활한다. 물론 얼굴은 여전히 빨개진다.

 

그러던 어느날,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다 감기에 걸린 한 남자가 끊임없이 기침을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그치지 않는 기침 소리에 웃음을 터뜨리며 그 감기 환자를 쳐다보는데...

 

 

그 사람은 바로 르네였던 것이다. 그렇게 예전처럼 둘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진채로 둘은 재회를 하게 되고,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 르네와 마르슬랭은 어린 시절 함께 했던 것들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같이 할 계획들을 세운다.

 

보통의 어른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다시 만난 친구와 약속처럼 함께 하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둘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주 만나고 짓궂은 장난도 치고, 예전처럼 어딜 가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아도 결코 지루하지 않게 그렇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 된다.

 

두 사람의 아이는 두 사람의 모습의 닮았고,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같이 어울리며 또 잘 이겨낼 것이란 말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모습은 경이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마르슬랭과 르네가 가진 독특한 모습은 둘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바로 그점으로 인해서 둘은 만나게 되었고, 진정한 친구가 되었으며 헤어진 이후에도 서로를 찾아낼 수 있게 한다.

 

둘의 이야기 중 가슴 뭉클하면서도 감동적이였던 점은 둘이 어디든 도착하기만 하면 곧바로 르네가 있는지 없는지, 마르슬랭이 있는지 없는지를 찾는다는 점과 감기에 걸린 마르슬랭이 르네처럼 기침을 할 수 있어서 흡족해 하고, 반대로 르네는 햇볕을 많이 쬔 날 마르슬랭처럼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친구가 단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닮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두 사람이 오랜 시간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도 어색함 없이 예전과 같은 우정을 나눌 수 있다니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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