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소설
익명소설 작가모임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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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처럼 장점과 단점 모두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쓰여지는 덧글들만 봐도 익명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을 마치 매장시키고자 작정을 한 것처럼 입에 담지도 못할 만들을 써댄다. 익명의 탈을 쓰고 모함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장점도 있는데 익명을 보장해주면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라는 것은 정의를 바로 세울 제보가 될 수도 있고, 이 책처럼 내용에 구애받지 않기에 자신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이야기를 쓸 수 있기에 독자들은 누군지는 몰라도 어쩌면 읽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읽게 되는 것이다.

빠른 네티즌 수사대는 어쩌면 이 책속에 등장하는 작가들의 정체를 파악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 역시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철저히 익명성에 기반을 둔 『익명소설』은 작가의 이름을 'M, V, H, W'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자신이 이름을 밝힌다면 쓰기 어려웠을 소설을 10명의 작가는 익명으로 써내게 된다. 여느 책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작가의 이력을 이 책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렇게 쓴 소설은 조금은 야하다고 표현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물고기자리), 영혼결혼식이라는 영적이 부분을 표현하는가 하면(뼈바늘),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해피 쿠키 이어).

 

권위에 도전한다고 할수 있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는데 감히(?) 노벨문학상이 사실은 '뽑기'로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과감히 써내려가기도 한다(18인의 노인들, 이건 진짜 실명으로 쓰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소재와 약간의 음습한 내용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10편의 단편 소설들은 어느 것 하나 소재가 겹치지 않고, 그 분위기나 묘사 조차도 각기 다른 느낌을 독자들에게 선사하는데 책을 읽고 나면 도대체 이 10명의 작가는 누군인지 찾아보고 싶은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그냥 모른척 넘어가고 싶기도 하고, 끝까지 알아내서 해당 작가가 그동안 써온 책들은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고 싶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냥 모른채 지나가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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