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정유희 지음,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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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애틋하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선 얼마 전에 종영한 김우빈, 배수지 주연의 KBS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를 떠올렸을 것이다. 더욱이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드라마가 방영중이였기에 사람들은 드라마가 방송을 기념해서 원작소설이 출간된 것인가 싶었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도 그러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같은 제목을 지녔을 뿐 둘은 완전히 다르다. 드마라는 드라마일 뿐이며 이 책은 에세이로 지난 2012년에 역시나 이 제목으로 먼저 출간된 바 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때는 옆으로 긴듯한 책이였다면 이번에는 보통의 사이즈로 제작되었다. 최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라기 보다는 마치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일러스트들이여서 권신아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인전을 보는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이 책의 글을 담당하고 있는 정유희 작가는 문화 매거지진 PAPER에서 창간 때부터 기자로 일하며 현재는 편집을 맡고 있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를 잡지쟁이이자 각종 기획과 아트디렉팅을 겸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대중들이 알만한 작품으로는 가수 양희은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앨범 디자인 등을 디렉팅 하였고 SKT의 '현대생활백서'를 편집했다고 한다.

 

앞서 잠깐 소개한 이 책의 그림을 맡은 권신아 일러스트레이터는 1997년 정유희 작가와 함께 글을 쓰면서 데뷔했으며 이후 일러스트집과 영화제 포스터 작업 등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사소한 '일상에서 만나는 소재들과 상상 속 비현실적인 소재들을 뒤썩어 그리는 걸 은근히 선호한다..'작가소개 中)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이 책에 담긴 그림들을 보면 그녀의 의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과 그림의 절묘한 조화는 서로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데 글만을 읽는것도 좋고, 그림만 따로 감상하는 것도 매력적이며 둘을 천천히 결합시켜 보는 것도 또다른 감상법이 될 것 같다.

 

사실 글이 마냥 쉽지는 않다. 마치 현실 속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다양한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비현실적인 그림을 만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낸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곰곰이, 찬찬이 읽고 보게 되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로잡히다

 

만날 수 없거나 만나지 않아도

그대 소식 내게 닿을 길 없어도

어디에서인가 숨 쉬며 기꺼이 살아만 있어도

그렇게나 좋을 사람이 있다

 

캄캄했던 내 영혼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든

그대라는 기이한 괴물한테 사로잡힌 탓에

그대의 존재감이 내겐 너무나 벅차

그대를 털끝만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

 

결국 그대가, 날 사랑하기에는 글러먹게 생긴 존재일지라도

그대는 이미 내 머릿속을 온통 점령하고 있는걸

난 나를 완전히 잠식하고 있는 그대를

내게서 몰아낼 묘책도 전혀 없으니…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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