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산티아고 - 소녀 같은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산티아고 순례기
원대한 글.그림 / 황금시간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이 길을 걷는다.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성 야곱(야고보)의 무덤이 있다는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무려 약 800km에 이르는 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가는 길도 다양한데 누군가는 오롯이 걸어서 또다른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지나간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도 처음에는 이 길을 걸으려던게 아니였다. 하지만 연로한 어머니는 자신에게 이 길을 함께 걷자고 말씀하셨고, 그렇게 해주길 바라셨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기 위한 만발의 준비를 마친 끝에 대장정에 오른다.

 

 

두 사람은 먼저 봄에 이 길을 걷는다. 맨처음의 강한 의지와는 달리 엄마는 약했고 힘들어 하신다. 그리고 아들은 그 상황에서 당황하기도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끝까지 이 길을 걷자고 포기하지 않는다. 그 길에서 두 사람은 오롯이 둘이기도 했다가 다른 여러 사람들을 만나 함께 걷기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그렇게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말이 좋아 800km이지 평소 걷기 연습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결코 쉽지 않을 길이다. 힘들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것 같은 그 길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아들인 저자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것이다.

 

단번 끝내야지 하는 생각으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시간이 날때마다 이 길을 찾아 계속해서 순례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불편하고 힘들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짐을 부탁하지 않은 채 마치 자기 인생의 짐을 안고 가듯 묵묵히 걸아가는 모습은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두 사람은 봄에 떠난 순례자의 길을 가을에 다시 한번 걷게 된다. 자신의 평생에 있어 소원이기에 이 길을 걸었지만 아내로서, 며느리로서의 삶을 등한시 할 수 없었기에 두 사람의 일정은 그 봄 잠시 멈추게 된다. 그리고 다시 찾은 가을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에서 그들은 또다른 이야기와 또다른 사람들을 만나 무사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게 된다.

 

무수한 카미노를 걸으면서 아들은 엄마의 인생을 바라 보며, 다양한 모습을 간직한 엄마를 발견한다. 엄마의 꿈이 무엇인지, 엄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셨는지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가까워진다.

 

친구와 함께 올 계획이였지만 그 길을 혼자서 친구의 사진을 목에 걸고 걷고 있다는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 사람에 따라 많은 의미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구나 싶어지고 거창한 종교적 신념 때문이 아니더라도 걷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것과 단번해 해내지 못해서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그 길을 혼자서, 때로는 여럿이서 걸어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그렇게 하루에 20km미터 정도씩을 걸어서 30일이 넘는 시간을 걸을 때마다 만나게 되는 알베르게에서의 색다른 경험 또한 살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라는 매력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로 불러 모으는게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