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 - 조광우 장편소설
조광우 지음 / 아르테미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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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여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원정녀 사건. 한국의 여성들이 일본 도쿄에 가서 성매매를 하는 성해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것인데, 성매매의 잘못은 둘째치고서라도 그것이 몰래카메라 형식이라는 점에서 그 피해 여성들의 괴로움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솔직히 그 당시는 일본 내에서 위안부 문제를 그분들의 자발적인 의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서 더욱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는데 그 사건 이후의 일은 솔직히 관심을 가졌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동영상에 얼굴이 공개된 여성이 자살을 하기도 했고, 많은 수의 여성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다. 이 일이 단순히 인과응보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그녀들도 분명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일본인 남성 다카하시에 의해 한국인 여성들만 골라서 동영상이 촬영된 점으로 미루어 보아 결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를 잇는 차세대 추리소설작가로 불린다는 조광우 작가가 이 사건을 소설로 만들었다는 점은 어쩌면 피해 여성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해보게 된다.

'遠征女の復讐 (원정녀의 복수)'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도쿄의 번잡하지 않은 한 호텔 화장실에서 한국인 여성인 송소희가 손목을 그어 자살을 한다. 그녀는 일본에서 불법체류 중인 호스티스였는데 그녀의 자살, 나가노현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야쿠자 인력업체 사장인 사토시의 피살은 얼핏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랬기에 다른 곳에서 일어난 두 사건 중 사토시의 피살 사건을 맡게 된 나가노현의 유우키 형사반장은 처음에는 단순한 치정사건으로 판단하지만 수사과정에서 그가 한국인 여성 이현정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사토시가 원정녀 몰카시리즈의 동영상 촬영과 유포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현정은 바로 그 동영상에 등장하는 원정녀였던 것이다.

 

결국 경찰은 수상방향을 바꾸어서 이현정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게 되고, 그녀를 수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쿄에서 야쿠자 조직원이 살해되기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한국 여성들에게 일본 내의 불법취업을 알선하고 관리하는 사람이였던 것이다. 또한 사토시와의 공통점은 그 역시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간 것이다.

 

결국 유우키는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부제의 원정녀의 복수라는 말이 떠오르게 된다. 과연 진짜 이 살인사건은 그 동영상으로 인한 피해여성의 복수일까? 아니면 또다른 이해관계에 있는 누군가의 소행일까?

사토시는 동영상 유포자이며, 살해된 야쿠자 조직원은 성매매 중계업자였고, 여기에 또다른 존재가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일본의 우익단체인 니혼일심회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점점 더 커지고, 이후 밝혀지는 것은 피해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녀들의 참담한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엔 실제 피해 여성들의 상처가 너무 클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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