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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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그동안 너무 많았다. 그래서인지 간혹 저런 모습이 진짜 우리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 몇 십년 차이에도 엄청나게 변해버린 지구의 풍경,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현재와의 심각한 괴리마저 느끼게 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점은 지금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최첨단 기기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인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오래 전 SF 속 만화나 영화의 내용 중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실현된 것이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가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 마치 그 시대에는 모두 실현되어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최첨단 기술과 그 기술이 만들어 낸 다양한 기기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부분인데 이 책『만조의 바다 위에서』는 특이하게도 작품 속에 최첨단의 기기나 테크놀로지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배경은 미래이니 과연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더욱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계급 사회이다. 가상인 동시에 미래의 미국 사회는 차터, B-모어, 자치주라는 세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여기에는 보다 상급 지역으로 구분되는 차터가 있고, 차터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를 높은 담으로 구분하여 계급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마치 지금 우리의 사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이 차터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삶을 살고 이는 곧 자식들의 교육에도 이어진다. 하지만 B-모어의 사람들은 차터 사람들이 시킨 일을 통해서 안정감을 제공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회에서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마치 모두가 하나의 사람인듯 주어진 스케줄에 따라서 움직이게 되고, 만약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지금과는 달리 정년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시키는 대로, 주어진 대로 일하면 안정감을 보상받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구역인 자치구는 둘과는 달리 무정부 상태의 버려진 지역이다. 마치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오블리비언>에서 잭 하퍼(톰 크루즈)가 정찰하러 다녔던 지구 최후의 날처럼 느껴진다. 그런 곳에서도 어떤 일들은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된 두려움은 치료법이 없고 발병 원인조차(마치 지금 전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같다.) C-질환의 존재이다.

 

이야기는 17세의 중국계 잠수부 소녀인 판으로 그녀는 B-모어 지역에서 살지만 차터 지역에 납품을 하는 일을 하는 그녀의 남자 친구가 차터 지역 사람들조차도 두려움에 떨게 하는 C-질환에도 무사한 체질로 알려지면서 그 지역으로 잡혀가고, 그의 아이를 임신한 판은 이제껏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B-모어 지역 밖으로 나가는 행동을 보여준다.

 

그런 판의 행동은 B-모어 지역에 변화를 불러오고 사람들은 지금까지 틀에 맞춰진대로 살았던 자신들의 삶에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르는데...

 

그동안 보아왔던 SF 영화와는 확연히 구별되는듯 하면서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가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인 동시에 <뉴요커> '21세기의 작가 20인'에 선정된 소설가 이창래 작가라는 점에 작품의 가치는 좀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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