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연필을 쓰기 시작했다. 한창 쓰던 때라고 하면 아무래도 초등학교 6학년까지가
아니였나 싶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계속 샤프 등을 썼고 간간히 연필을 쓰긴 했지만 어쩌다 한번일 정도였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돌아와
잠자기 전 책가방을 챙기면서 연필을 4~5자루를 깎아서 필통에 가지런히 담아 놓으면 왠지 모르게 안심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연필을 나보다 두 녀석이 더 많이 쓰게 되었고, 돌리기만 하면 뭉툭한 심도
단번에 뾰족한 심으로 바꿔주는 연필깎기를 녀석들은 사용하지만 나의 경우엔 깎는 그 느낌이 좋아서 칼로 깎게 된다.
어쩌다 부러지기라도 하면 샤프처럼 한번 딸깍 눌러주는 편리함 대신 수고스레 깎아야 하지만
여전히 그 방버을 고수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연필이라는 물건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깎아 놓은 작은 나무 조각조각의 모음
조차도 왠지 연필 주인의 노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는 어린시절의 추억 같은 연필이라는 물건에 대해서, 그 연필과 관련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읽을 수 있어서 '외롭고 높고 쓸쓸한 순간, 하루하루 지친 일상을 다독이는 연필 테라피'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마치 지극히 개인적이 일기장을 보는것 같기도 한 이 책은 저자의 하루 하루의 이야기,
그속에 자리잡은 나와 연필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데, 저자에게 있어서 연필, 종이 위에 사각사각 쓰여나가는 연필의 소리, 연필을 깎는 소리
등이 영혼을 치유하고 마음을 다듬는 소리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연필을 통해서 어쩌면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되는 힐링 테라피의 한 방법이 되는것
같아서 그저 흔한 연필 한 자루에서도 이런 마음을 느끼게 되는 저자의 감성이 부러워지기도 하고,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표현력이 연필이라는 물건을 친숙하면서도 기분좋게 만들어 주는 물건처럼 느껴지게 해서 편안하지만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