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
헬렌 오이예미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상당히 독특한 구성을 지녔다. 이 책의 주인공인 인기있는 작가 세인트 존 폭스는 수많은 팬을 가지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자신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을 잔혹하게 죽인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미스터 폭스가 상상 속으로 만들어낸 그의 뮤즈이기도 메리 폭스라는 여자가 찾아오고 계속해서 여자 주인공을 죽이는 미스터 폭스에 반기를 든다.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인기 작가인 미스터 폭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메리 폭스는 그에 대한 반기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핑퐁 게임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책의 첫 문장 역시도 '며칠 전, 메리 폭스가 찾아왔다'라고 시작되는데, 이 한 문장이 앞으로 야기할 일들을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감정과 의미가 담긴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해서「피처의 새」, 「이렇게」, 「마담 데 실렌시오의 교습」, 「그다음에 일어난 일」, 「숨바꼭질」, 「인종차별주의자 내 딸」, 「어떤 여우들」라는 작품이 등장하는데, 소설 속에 소설이 있는 셈이며 특이하게도 사랑을 두려워하는 미스터 폭스와 그에게 반기를 들고 사랑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메리 폭스의 주제가 잘 담아져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인 헬렌 오이예미가 대단한 능력을 지닌 여성작가가 아닌가 싶어질 정도이다.

 

자신이 창조해낸 뮤즈와의 대결이라니, 그것도 나름 잘 쓴다고 소문난 자신과 뮤즈의 대결이니 상당히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 예감할 수 있고, 이는 실제로 위의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상당히 흥미를 자아낸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의 관계는 미스터 폭스의 아내 대프니가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음을 의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메리 폭스가 대프니에게까지 보이게 된다. 마치 서로의 의중을 알 수 없는 미스터 폭스와 아내 대프니의 관계는 미스터 폭스가 사랑에 대해 어떠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자신의 아내를 길들였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런의 모습을 아내가 알아채게 하기 보다는 아내가 자신을 여전히 좋아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게 아닐까 싶어 여러모로 미스터리하게 느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조금은 독특한 책이고, 그보다 더 독특한 두 인물이 대결구도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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