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 : 학교에 갇힌 아이들
마이클 노스롭 지음, 김영욱 옮김, 클로이 그림 / 책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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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공간이 주는 공포는 왠지 그 공포가 배가 되는것 같다. 평소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공간일수록 더욱 그런데 학교라는 공간은 상당히 묘한 분위기의 장소라는 생각을 해본다.

 

고등학교 시절 환경미화 때문에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어두컴컴한 학교를 반 친구 몇명이서 나온 경험이 있다. 오통 어둡고 약간의 조명만 있는 그곳은 낮동안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서 시끌벅적함이 사라진 학교는 그 어느 곳보다 고요하다. 그래서 괜히 더 오싹해지는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학교는 대체적으로 많은 학생들과 교직원이 함께 하는 공간이라 여겨지는데 바로 이러한 공간에 갇혀버린 아이들이 있다.

 

『트랩, 학교에 갇힌 아이들』은 마이클 노스롭의 두 번째 청소년 소설로 이 작품은 미국도서관협회(ALA), 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YALSA), 반스앤노블 등에서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고, 미국의 여러 주에서 청소년 추천 도서로 읽히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야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화요일의 학교 생활로 시작한다. 비록 아침부터 눈이 내리긴 했지만 눈은 얼핏 보기에도 그다지 많이 내리지 않았고 이미 이번 달에 많은 눈이 내렸기 때문에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3교시가 시작될 즈음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진다.


처음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눈은 그날 그 후로 일주일 동안 지치지 않고 쏟아지고 심지어엄청난 눈보라고 변해버린다. 전력 공급은 끊어지고 공항은 폐쇄되었고 길은 완전히 통제 되었으며 제설기까지도 멈춰 버린다.

 

결국 사람들은 집 안에 머문 채 몇 시간이 지나면, 적어도 하루만 지나면 눈도 그칠 것이라 생각하지만 하강하던 거대한 한랭 전선과 북상하던 거대한 온난 전선 사이에 눈보라가 끼어 버리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집 안이나 대피소에 갇힌 채 고립되다시피 한다.

 

그리고 제각각의 이유로 귀가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집으로 가는 스쿨 버스를 타지 못한 일곱 명의 아이들과 이들을 책임지기 위해서 역사를 가르치고 미식축구부 보조 코치인 고슬 선생님이 함께 남는다. 눈보라가 치던 첫날 밤에 선생님은 구조 요청을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가지만 그 뒤로 아이들은 다시는 선생님을 보지 못한다.

 

통신까지 두절되자 아이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는 발송되지도 못하고 둘째 날이 되자 눈은 학교 건물의 1층을 반 정도 채울 정도까지 내리고 난방도 안되는 상황에서 정전까지 이어진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아이들은 학교 식당 문을 부서서 음식을 찾기 시작한다.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이미 아이들은 학교가 정한 규칙 따위는 지킬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학교가 온전히 어둠에 갇히자 아이들은 자신들이 시간을 보내던 학교에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설상가상 단수가 되고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영화 <투모로우>에서 도서관의 책을 태우던 사람들처럼 학교의 집기를 태우고 눈을 녹여서 물을 만든다. 그러나 눈은 4일이 지나도록 그칠줄을 모르고 지붕이 부굉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점차 아이들은 그동안 쌓여 온 공포와 아이들 간의 갈등이 폭발하고 결국 이들은 서로에게 반목한다.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나아지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내린 눈으로 세상과 고립된 채 오롯이 학교에 갇힌 아이들이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줌으로써 이는 결코 아이들만의 모습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과연 사람들의 심리 상태와 행동은 점차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일곱 아이들이 처한 암울한 상황과 함께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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