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에서 벗어나도 괜찮아 - 낯선 곳에서 주워 담은 청춘의 조각들
신소현 지음 / 팜파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날씨가 특별히 좋아서, 긴긴 겨울의 옷을 벗어낸 봄이여서는 아니다. 그저 최근 들어서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막상 그것을 실행하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내 외부의 문제인지, 나를 둘러싼 주변의 문제인지, 어쩌면 둘 모두에 더한 것들로 인해서 일수도 있을테지만 말이다.

 

이 책을 분명 나처럼 어디론가 떠나고픈 사람들에겐 저자의 여행기처럼 느껴질수도 있다. 게다가 서울 - 캐나다 - 서울 - 일본 - 다시 서울로 이어지는 분명한 해외여행기로 말이다.그런데도 이 책이 여행서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유는, 여행지에 대한 감상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곳에 존재하는 저자 자신의 사유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여행서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사진 이미지보다는 그속에서 존재했을 저자의 이야기가 더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책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어느 유명 지역의 사진이라기 보다는 기억의 단편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찰나의 순간이나 퐁경 그 자체만을 담고 있다. 그런 저자의 사진 이미지 중에서 내 눈길을 단박에 끌어 당긴 건 '캐나다의 작은 섬,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주'를 담은 것이다. <빨강머리 앤>이라면 정말 사족을 못 쓰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앤이 살았던 그린 게이블즈(초록색 지중)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그보다 더한 반가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린 게이블즈를 보지 않고 돌아 온다. 오히려 그린 게이블즈에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그 그리움을 아마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여행의 의미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여행이라는 것도 자신의 삶의 연장선상에서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녀의 여행은 일상에서의 탈출이라고 보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이 낯설지가 않다. 그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그냥 내가 사는 곳에 있는 듯한 친근함이 느껴지는, 그렇지만 여행이라는 것에서 받을 수 있는 위로와 기분 전환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여타의 책들과 분명 다르게 느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와 일본이라는 외국에 대한 색다름을 느낄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겐 아쉬움이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책이다.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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