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동이
김정호 글, 김재홍 그림, 안대회 원문풀이 / 장영(황제펭귄)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통영동이라고 하니 분명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통영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솔직히 처음 들어 보는 존재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마치 영화 '서편제'가 떠오른다. 물론 이 책에서는 눈이 먼 사람은 오빠이지만 말이다.

 

 

'이런 노래 들어봈니?'라는 글귀로 시작되는 노래는 생전 처음 들어 본다. '둥그렁 뎅 둥그렁 뎅'이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가사를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풍자하는 것 같기도 하는 느낌이 들어서 결코 슬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통영동이'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 보면 아련함을 넘어서는 애달픔이 느껴질 정도이다.

 

 

옛날 통영 마을에 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사이가 다정한 오누이가 살았다. 오누이의 오빠는 노래를 정말 잘 불렀고 부잣집을 찾아디면서 노래를 해서 밥을 벌었을 정도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오빠를 '통영동이'라고 불렀다.

 

그러던 어느날 통영 장터에서 큰 잔치가 벌어지자 통영동이는 길놀이에 참여해서 신나게 노래를 한다. 하지만 길놀이 끝에 여동생을 잃어 버리고 만다. 장터를 샅샅이 뒤져 보지만 동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통영동이는 식음을 전폐하고 불철주야 동생을 찾아 다니면서 길놀이를 하느라 동생을 챙기지 못한 자책에 괴로워 한다. 그렇게 울다 지쳐 잠든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음에도 앞이 보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바로 눈병이 난 것이다.

 

 

눈이 먼 통영동이는 관아에 가서 사또에게 동생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사또는 동생이 통영동이의 목소리와 노래를 기억하고 있을테니 어디를 가든 노래를 부르고 다니라고 말해 준다. 그렇게 해서 이후 통영동이는 '둥그렁 뎅 둥그렁 뎅'하는 노래를 부르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게 된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한 통영동이의 '둥그렁 뎅 둥그렁 뎅' 노래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면서 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백조요>라는 노래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통영동이와 <백조요(百鳥謠)>에 얽힌 이야기는 19세기의 대표적 시인 조수감이 이 시기 조선의 범상치 않았던 인물 71명의 삶을 묘사한 <추재기이(秋齋紀異)>라는 책에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민요이기도 한 통영동이의 노래가 <백조요(百鳥謠)>라 불린 이유를 <추재기이(秋齋紀異)>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통영동이가 시선을 끈 것은 단지 외모나 사연뿐만 아니라, 특이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온갖 새가 나오는 노래였는데 이 불쌍한 걸인의 노래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널리 퍼졌다."

 

잃어 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팔도를 돌며 불렀던 통영동이의 <백조요(百鳥謠)>에는 특이함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기에 지금까지도 구전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족과 사별하는 것도 슬플진데 잃어 버린 그 아픔을 노래로 찾고자 했던 통영동이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이지만 감동받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