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 골동품이 내게로 와 명품이 되었다
이정란 지음, 김연수 사진 / 에르디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서 문득 지금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은 어떤것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얼마나 올래 되었을까도 함께. 결혼과 함께 시작된 살림살이기에 크게 오래되었다고 볼수는 없지만 굳이 따져보면 중고등학교때 사서 읽었던 책이 아닐까 싶다. 오래되었다는 것이 낡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는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하지만 그 이면을 생각해 보면 정겹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에 추억이 깃들어 있고,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의 한자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메랄드 빛 한지(라고 생각된다.)가 반듯하게 드리워진 표지의 작은 동그라미에는 백자기가 두 점 놓여 있다. 표지도 제목도 그 내용도 지극히 한국적인 미가 느껴지는 책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골동품이라고 할수도 있고, 어떤 것은 박물관에서나 볼 것 같은 것들이기도 하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오래된 물건이라기 보다는 어디 먼 이국의 물건일 것 같은 낯설음이 느껴질수도 있을 것이다.

 

 

귀하다면 귀하고, 흔하다면 흔했을 26가지의 물건을 알아보는 것도 사당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물건들도 있고, 편리함이나 시대의 변화에 밀려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물건들도 있다.

 

요즘은 신부집에 함을 보낼때 여행가방에 넣어서 짊어지고 가기도 하지만 우리네 전통 혼례의 상징은 함이였다. 이외에도 휴대전화 알람에 밀려서, 아니면 더 작아지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시계 이전에 거실 한 곳을 차지하고 있었던 괘종시계 등과 같은 물건들은 세월의 흐름을 실감나게 한다.

 

미술시간이나 다른 물건들을 포장할때나 쓰게 되는 한지이지만 현재 덴마크의 프레드릭 왕세자의 부인이자 차기 덴마크의 왕비가 될 메리 왕세자비의 아버지가 당시 프레데릭 왕자에게 결혼 허락의 답장을 우리나라의 한지에 썼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바 있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서 그 본 의미와 활용이 변하기는 했지만 분명 우리가 보존하고 이어가야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26가지 물건 중에서는 참빗도 있다. 솔직히 참빗으로 이를 잡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100명당 4명이 이에 감염되어 있다니 놀랍기도 하다. 이라는 것 때문에 조금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주함에 넣은 빗을 여자가 받아들이면 결혼을 승낙한다는 의미였다고 하니 실용적인 면 이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 참빗이다.

 

비단 책속에 소개된 26가지 말고도 꼽을 수 있는 물건들은 더 있겠지만 우리 민족의 생활과 보다 밀접한 물건들이라는 점에서 이 물건들이 선정된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물건이지만 고리타분 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리혀 세월의 흔적이 건낸는 멋스러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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