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미소시루] 삶의 마지막,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시간

하나와 미소시루 - 떠난 그녀와 남겨진 남자 그리고 다섯 살 하나
야스타케 싱고.치에.하나 지음, 최윤영 옮김 / 부키 / 2013년 1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그것도 사별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일이라는 걸 안다. 어느날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을, 더이상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그 상실감의 최대치에 이르며 동시에 이별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설령 몸이 아플지라도 그렇게라도 우리곁에 함께 있어줬으면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해도 우리는 그 사람을 붙잡고 싶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허구가 아닌 사실을 담은 글은 무엇보다도 가슴에 와닿는것 같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야기만 보면 신파극처럼 눈물이 흘러 나올것 같지만 이 책은 꼭 그쪽으로만 치우치지는 않는다고 생각이 든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말을 하는데 '어떻게든'의 방법은 '떠난 이와의 추억으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속에서 남겨진 이들인 남편 야스와 딸 하나는 떠나간 아내이자 엄마인 치에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며 결혼을 하기 직전 유방암 선고를 받은 치에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한다. 그 상황이 쉽지도 않을테고 그 이후의 삶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렵게 얻은 딸 하나를 보면서 두 사람이 얼마나 행복했을지 상상이 된다. 한편으로는 그 반대의 마음도 자리하고 있었을테다.

유방암 치료 후에 재발한 암으로 인해서 힘겨운 항암치료를 하면서도 그들은 비관하기에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남은 시간을 더 행복하게 보내려고 노력한것 같다. 말기 암환자에게 치료만큼이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치에는 그 시간을 블로그에 기록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절박하고 힘들었을 그 시간에 쓴 글이니 그 글속에 담긴 감정이란 결코 흉내낼 수 조차 없을 것이다.

딸아이의 어린이집 졸업식까지.
딸아이의 학교 졸업식까지.
딸아이의 성인식까지.
딸아이의 결혼식까지.
딸아이의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할 수 있는 한 더 살고 싶습니다. (p. 201)

누군가에겐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다가오는 그 순간이 치에에게는 삶의 이유이자 소원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은 애달프다. 그냥 슬퍼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서 모성애를 느끼기도 한다.

가족 중에 누군가를 병으로 잃어 본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눈물 흘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함께 할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런 감정은 이 책을 읽는 모두가 느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