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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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엔 어리숙해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그 내면은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라고 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이다. 할머니의 임대 주택을 관리하는 사람이자 대학의 시간제 등록생이며, 아버지는 저명한 대학 교수이다. 자신을 'Q_ P_'라고 표현하며, 사람들은 쿠엔틴이라 부른다.

 

미성년 소년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어서 저명한 아버지의 변호사의 도움으로 집행유예 2년의 보호관찰형을 선고 받았다. 정신과 치료, 보호관찰관 면담, 약물처방까지 착실하게 실행하고 있는 쿠엔틴을 정신과 의사는 호전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쿠엔틴이 보여주는 정상적인 모습은 또다른 범죄를 위한 알리바이로 작용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영화도 아니고 현실에서 자신만의 좀비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뇌엽 절제술(leucotomy)을 시행한다.

 

 

"네, 주인님", "알겠습니다, 주인님", "사랑합니다, 주인님. 오직 주인님뿐입니다."라는 말을 할, 말 그대로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좀비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남자들로 '뇌엽절제술'을 실험한다. '토끼 장갑', '건포도 눈', '덩치' 는 F 학점을 받은 좀비 셋으로 그들의 정확한 신원조차 알기 힘들 정도이다. 이 셋에게 수술을 가했지만 결국은 죽었을 뿐이다. 그것을 F학점 받은 좀비라고 표현한다는 점에서도 분명 정상은 아닌 것이다.

 

그런 쿠엔틴은 최근 잔디를 깎아 주러 할머니 댁에 갔다가 '다람쥐' 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를 자신만의 좀비로 만들기 위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범행 방법, 도구, 장소, 알리바이까지 만든 'Q_ P_'는 범행에 성공하지만 그만의 좀비는 만들지 못한다. 또다른 희생자가 생겼을 뿐이다.

 

반사회적인 사이코패스가 주택 관리인으로 있고, 버젖이 거리를 할보하면서 선해 보이는 모습 뒤에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은 경악할만한다. 게다가 그는 죄책감이나 망설임 등도 볼 수 없고, 범행이 거듭 될수록 자신이 관리하는 주택 지하에 수술실을 만들 정도록 대범해지기까지 한다.

 

 

게이기에 남자들만 범행 대상으로 삶았던 그가 책의 말미에서는 뭔가 변화를 생각한다. 마치 연쇄살인범들의 범행 수법 등이 점차 진화하는 것처럼 쿠엔틴 역시도 그럴 것이란 짐작을 하게 된다. 가족들에게는 가엾은 사람이고 주택 거주자들에겐 성실한 주택 관리자로 비춰졌을 그의 내면에는 인간이 아닌 악마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좀비를 만드는 과정과 수술, 실패, 표본을 찾고 다시 이 행동들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마치 별일 없다는 투의 일기 형식으로 표현한 점도 쿠엔틴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기에 더욱 잔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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