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 국민서관 그림동화 141
케이트 베른하이머 글, 크리스 쉬밴 그림, 최순희 옮김 / 국민서관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행복한 책은 왜 행복할까? 문득 그런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책이다. 책의 표지 속에 나오는 아이로 인해서 행복해지는 그런 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무엇이 그 책을 행복하게 했을까?

 

 

이 이야기는 도서관에서 시작된다. 도서관에 가면 새로 도착한 책 코너가 있다. 장르 불문하고 새로 도착한 책을 따로 모아두는데 보통 신간이 대부분이다.

 

 

페이지를 표시할 수 있는 노란 갈피끈이 달린 초록색 책이 새로 들어 왔다. 도서관의 맨 앞에 새책 진열하는 곳에 자리한 초록색 책을 아이들은 자주 빌려 간다. 이 책을 빌려 가기 위한 대기자 명단이 길만큼 초록색 책은 인기있는 책으로 도서관에서 잠든 적이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록색 책은 더 이상 새 책이 아니며 다른 책들과 함께 어린이 책장으로 옮겨진다.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자주 초록색 책을 빌려 간다. 여러 해가 지나고 아이들은 어쩌다가 한번씩 빌려가고 겉표지는 색이 바래고, 어느 페이지가 찢어지기도 했으며, 마지막 쪽은 아예없는 책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다시 몇 해가 지나자 낡고 허름해진 초록색 책을 찾는 아이는 거의 없어진다. 동시에 초록책은 외로워진다. 그러던 어느날 밤 한 아이가 초록색 책을 도서관 어두운 구석에 떨어뜨리게 되고 도서관 선생님마저 보지 못한다.

 

 

이튿날 아침, 여자 아이가 도서관 구석의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흔들의자 밑에 무엇인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바로 초록색 책이였다. 아이는 단박에 그 책이 마음에 들어서 이미 빌린 책을 다시 가져다 주고 초록색 책을 빌려서 집으로 돌아 온다.

 

 

앨리스를 따라 그 아이의 방으로 온 초록색 책은 앨리스의 방과 책꽂이를 보고 행복해진다. 아마도 초록색 책은 방과 책꽂이를 통해서 앨리스의 성품을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소중히 다루고 사랑해 줄 아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아버지가 읽어 주기도 하고, 달빛에 읽기도 하며 잘때는 베개밑에 두기도 하면서 앨리스는 초록색 책을 소중히 한다.

 

 

하지만 도서관 특별 행사에 참여 하느라 너무 들뜬 나머지 앨리스는 초록색 책을 도서관에 두고 왔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에 가보지만 어린이 책장 어디에도 초록색 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사이 초록색 책에 일어나 일이란 어느 자원 봉사자가 헌책 판매에 내놓을 책인 줄 알고 지하실에 가져다 두었기 때문에 아무도 초록색 책의 상황을 몰랐던 것이다.)

 

 

초록색 책도 앨리스가 그리웠지만 지하실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앨리스는 점차 초록색 책의 존재를 다른 책들에 밀려 잊어간다. 그 책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다 어느날 헌책 판매 행사를 위해서 드디어 초록색 책은 나무 그늘 아래 놓이게 된다. 사람들이 책을 구경하다가 다른 책들을 가져 가지만 아무도 초록색 책을 데리고 가지는 않는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책을 정리하기 시작할때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초록색 책에게 들려 온다.

 

"분명히 여기 있어요. 그 책이 여기 있다는 걸 난 알아요. 얼른 찾아 볼게요."

"난 네가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드디어 앨리스가 초록색 책을 다시 찾은 것이다. 앨리스 품에 안겨 다시 앨리스의 방으로 돌아 온 초록색 책은 자기 집에 온 것 같은 행복함을 느낀다. 그리고 앨리스는 찢어 없어진 마지막 장에 다다라 이야기한다.

 

 

"이 한 쪽이 없어도 괜찮아. 난 뭐라고 쓰여 있는지 다 아니까. 분명 이렇게 쓰여 있었을 거야.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앨리스가 생각하는 행복한 결말을 초록색 책 역시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오히려 어쩌면 앨리스가 말하는 책속의 결말보다 초록색 책이 느끼는 행복감이 더 클지도 모른다. 자신을 소중히 다뤄주는 앨리스를 만나 영원히 행복해졌을 초록색 책을 생각하니 마지막 이 훈훈해진다.

 

간혹 도서관에 가보면 분명 대여 가능한데도 그 자리에 책이 없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가 아무데나 두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이 찢어지고, 책장이 떨어져 나간 경우에는 괜히 나까지 속상해진다. 그래서 간혹 대여해 온 책이 찢어져 있는 경우엔 테이프로 열심히 붙인다. 누군가를 위해서도 아니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찢어진 모습에 마음이 아파지기 때문이다.

 

책을 사랑한다면 깨끗하게 보고, 소중히 다루어 줬으면 좋겠다는, 그렇게 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책들이 모두 '초록색 책'처럼 행복한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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