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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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책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로 묶고, 나눈 책에 대한 이야기는 그 책을 읽은 사람과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내가 읽은 책이 나올 경우엔 그 책을 읽은 감상을 함께 공유하거나 비교하기도 하고,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책일 경우엔 넓은 세상보다 더 많은 새로운 책 한권을 소개받은 느낌이라 또 행복해진다. 

 

이 책 역시도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기준이 참 묘하다. '푸드 포르노'라는 아주 오묘하고 다소 민망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드 포르노'는 1990년 후반 즈음 생긴 말이다. 섹스 대신 음식이 욕망의 대상이 되어, 성기 대신 침샘과 위장을 자극하는 글이나 사진이나 영상을 말한다.(p.8)

 

참 생소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책을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어떤 포만감을 느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결코 엉뚱하거나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닌 것 같다. 자신이 푸드 포르노 중독자라고 당당히 밝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총 25권의 맛있고, 때로는 의미심장한 음식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한 음식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책을 읽을때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쳤던 음식들을 들고 나와서 그 음식이 책에서 의미하는 것을 다각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책속에서 하나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았던 그 음식이 이 책속에서는 당당히 주연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말이다.

 

 

빨간머리 앤에서 앤이 목사님 부부를 위해서 케이크를 굽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앤이 자부하던 그 케이크는 맛이 진짜 이상해서 알고 보니 마닐라가 빈 바닐라 병에 담아 둔 진통제를 바닐라로 착각하고 케이크에 넣은 것이였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리고 우리는 빨간머리 앤의 수많은 에피소드의 하나로 여기서 끝이 난다.

 

하지만 저자는 그 바닐라에 집중한다. 그리고 바닐라의 역사 세계로 전파된 유래, 합성 바닐라의 역사와 상업화까지 소개한다. 그냥 재미로 읽고 말았던 이야기가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순간이다. 그리고 바닐라 대신 들어간 진통제의 성분과 효능까지 이야기하면서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또한 책속에 소개된 음식이 때로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 정치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라임피클이 나오는 작은 아씨들에서는 라임피클이 상상이외의 대접을 받았던 사회적 풍도들이 나온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라임피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서 저자가 들인 공이다. 참으로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여러 사이트를 뒤져서 저자는 그 정체를 밝혀내니 말이다. 이 대목에서 그녀를 진정한 푸드 포르노 중독자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외에도 다양하게 나오는 음식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떤 맛일지,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게 되고, 그 음식을 둘러싼 주인공들의 심리와 사회 전반적인 상황들이 연상되기까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자가 말하듯 단순히 푸드 포르노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책과 책속의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음식이라는 매개체로 접근하려고 한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새로운 시도인만큼 흥미롭고 원작들은 과연 어떤 내용으로 전개되고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저자가 말한 음식들이 원작들에서는 어떻게 묘사되고 있을지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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