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1950년, 받지 못한 편지들
이흥환 엮음 / 삼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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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쓴지를 써본지가 언제인지 문득 생각을 해보게 한다. 그리고 나는 과연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본일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이라는 것이 나온 뒤로는 그나마 쓰던 편지를 써본 기억이 없는 듯하다.

 

사연을 담은 손편지가 디지털시대에 떠밀려 사라져가는 요즘 이 책은 그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 찡해지는 이야기들을 간직한 편지가 나온다. 대부분 1950년에 쓰인 이 편지들은 미국이 한국전쟁당시에 노획한 것들로 미국의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것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편지들은 그곳의 문서 상자 1138번과 1139번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이다. 두 상자에는 편지 728통과 엽서 344매가 들어 있었고, 책에서는 이중에서 엽서를 포함한 113통의 편지만을 골라서 소개하고 있다.

 

113통의 편지만큼이나 그 내용도 다양한다.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와 아내, 형제, 자매가 보낸 편지들, 군대에 입대한 사람들이 반대로 부모와 아내, 형제, 자매에게 보낸 편지도 있으며, 당을 위해서 전선에서 노력하는 동지에게 보낸 편지들도 있다.

 

62년이 지났음에도 상당히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지들이다. 물론 북한 사투리와 그당시의 어투와 시대적 상화들을 고려해서 쓰여진 그대로 이해하기 힘든 편지들도 많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역자가 친히 지금의 우리말로 잘 번역해서 써주고 있다.

 

편지를 쓴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들과 그 당시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편지들이 많기에 전쟁 중의 상황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고 있으며 서로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묻고 있다.

 

비록 문법이 틀리고, 맞춤법이 틀리지언정 그 속에서 담긴 가족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고스란히 읽힌다. 때로는 미국 군대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 혁명과 전쟁에서의 승리를 말하는 전투적이며, 사상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혼란하고 위험한 시국에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아련함이 느껴진다. 어떤 친구는 자신의 개인적인 용무를 부탁하는 이도 있고, 어떤 아들은 군대에서 부족한 개인물품을 조목조목 적어 부모하게 부탁하기도 한다. 어떤 남편은 자식들 걱정, 아내걱정 부모님 걱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들의 다양하고 애끊는 사연들의 말미에는 모두 공통된 이야기로 편지를 갈무리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편지는 결국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출간을 통해 혹시라도 자신의 편지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을까? 발신인과 수신인 모두 이 편지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전쟁의 경험하지 못했고, 내란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이 편지에 적힌 상황의 급박함과 위험은 충분히 느껴진다. 그렇기에 이들은 이 편지들을 쓰면서 어떤 마음이였을지가 느껴진다.

 

비록 62년이 지난 지금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도 편지의 수취인들에게 가족들의 마음이 담긴 편지가 닿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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