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방여자 - 그래서 그들은 목장으로 갔다
윤용호 지음 / 나남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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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에 경마장이 있다. 비록 단 한번도 경마 주로를 빠르게 달리는 경주마를 한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탁 트인 풍경을 보아서인지 이 책이 완전히 낯설지 않게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영화 <드리머>를 감동있게 보았기에 이 책에 기대도 컸다. 마치 영화의 한 씬(scene)을 설명하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수 있겠다.

 

마방에는 등장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한편에서 보면 인생의 루저라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 같기도 하고, 인간의 탐욕이 넘처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경마장하면 모두가 도박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뒤편의 이야기엔 별 흥미도 없거니와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경마에 관련된 말과 마방과 마주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갈곳이 없어진 하나우는 군대 선임이이였던 최우영의 소개로 마방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러브마치와 어느덧 진심어린 교감을 나누게 된다. 먼 이국땅으로 돈에 팔려온 러브마치에게서 지금 자신의 삶이 투영되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국마사회 회장의 딸인 정엠마와의 미묘한 관계를 이어간다. 자신이 전생이 말이였다고 생각하는 엠마는 말과의 교감에 능통한 여자이다.

 

자신의 권태로운 삶에 대한 한 방편으로 도핑테스트에 걸리지 않는 약물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는 또다른 파장을 불러오게 된다. 하나우의 후배이자 기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규는 유독 작은 체구로 인해서 실연당한 인물이다. 하지만 인생지사 생옹지마라고 이제는 자신의 콤플렉스가 오히려 기수로서의 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기수, 수의사, 마방지기, 조교사와 말들의 경주, 마주와 돈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영화같은 묘사로 이어지는 책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영원히 겉돌기만 할 것 같던 하나우와 정엠마가 러브마치의 죽음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안성목장에서 정엠마는 하나우에게 정착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재미로, 누군가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경마장을 찾는다. 꼭 경마장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사는 어느 곳이든 꿈과 야망, 그리고 탐욕은 있기 마련이다. 책에서 소개된 이야기가 전부 마방과 경마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겠지만 경마문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대가로 불리는 윤용호 작가의 사실적이고, 탄탄한 구성은 확실히 독자에게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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