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별처럼
캐서린 패터슨 지음, 고수미 옮김 / 열림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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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대도시에서는 그 분위기만큼이나 별을 관찰하기가 힘들다. 어쩌면 별은 사는게 바빠서 제대로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공기 좋은 산 속이나 시골에서는 마치 뿌려놓은 것처럼 무수히 빛나는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때로 사람들은 소원을 빌고, 어떤 때는 자신이 잃어버린 길을 찾기도 한다. 이렇듯 별은 북극성과 같이 누군가에겐 삶의 지표가 되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나도 별처럼>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 11살이 넘은 엔젤만이 유일한 어른 같은 모습을 보인다. 강도 사건으로 감옥에 가 있는 아빠와 제대로된 삶을 유지하지 못하는 엄마 덕분에 동생 버니와 함께 위탁가정에 맡겨지기도 했던 엔젤은 어느날 토요일 아빠를 면회하러 갔다온 그날 엄마의 재촉으로 짐을 싸고 낡은 픽업 트럭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달려서 온 것이 증조 할머니댁이다. 그리고 그날 밤, 엄마는 엔젤과 버니를 남겨두고 사라져 버린다. 잠시 뭔가를 가지러 갔을거라고... 우리에게 필요한 먹을 거리를 살러 갔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엄마가 떠나던 그날 밤 엔젤은 이미 엄마가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았을 것이다.

 

어린 버니는 늘 엔젤 자신이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책임감으로 돌봤다. 엄마는 증조 할머니에게 두 남매를 맡겼지만 엔젤이 느끼기엔 이제는 나이 든 증조 할머니까지 엔젤이 책임져야 할 거란 생각이 든다.

 

어느 맑은 밤 엔젤 앞에 별을 관찰하는 별지기가 나타나고, 엔젤은 그 일을 계기로 별과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마을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증조 할머니의 친구이기도 한 도서관 사서 리자 할머니와 친구가 된다.

 

언제올지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고, 이제는 버니보다 더 돌보기 까다로워진 증조 할머니, 여전히 말성꾸러기인 버니를 돌봐야 하지만 마음 속에 별을 품은 엔젤은 더이상 슬프지만은 않다.

 

별지기와 별을 관찰하면서 어느덧 그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 엄마가 버니만 데리고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별지기라고만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자신의 할아버지였음을 알게 된 순간 레이 할아버지이자 별지기는 병으로 숨을 거둔다.

 

아버지의 탈옥, 그리고 버니와 엄마의 교통사고까지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아버지는 경찰에 다시 잡혀가고 버니는 퇴원 후 증조 할머니 댁으로 돌아온다.

 

별을 쳐다보며 소원을 비는 버니와 엔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뭔가 행복한 결말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다소 허망한 결론에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불과 몇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통해서 한 소녀의 정신적 성숙 과정을 그리고 있는 듯한 이야기이다. 엔젤의 생활은 더 나아지지도 않았고, 게다가 엄마와 아빠의 상태는 오히려 더 심각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인 엔젤은 더이상 두렵기만 했던 어린 소녀가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별을 통해서, 별지기와의 추억을 통해서 엔젤은 내적으로 좀더 행복해졌고, 외롭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엔젤은 버니와 증조 할머니, 나아가 엄마와 아빠의 북극성이 되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 순간이 엔젤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찰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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