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외롭다는 말을 최근 들어 참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요즘은 많이 외롭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던 남편은 한마디 한다. "뭐하러 이런 책 읽어?" 말이다. 그래서 난 대답했다. "내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말이니깐. 난 요즘 외로워. 애들 키우다가 문득 문득 내 인생 이게 뭔가 싶어 울고 싶어질 때가 있다고."
그랬더니 남편은 아무말 하지 않는다. 거의 혼자서 사내 녀석 둘을 키우다 보면 내가 먼저 지쳐 떨어져 나갈 때가 있다. 그리고 어디에도 위로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나만 자꾸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는 것 같은 위태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다. <지금 외롭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저자의 의도가 궁금했다. 외로운데 도대체 뭐가 잘 되고 있다는 말이야? 하는 반발심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하버드 대학 철학과 교수 폴 틸리히(Paul Tillich)의 말을 인용해서 외로움에 대한 두가지 상반된 의미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혼자 있는 '고통'을 론리니스(loneliness)라고 하며,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 바로 솔리튜드(solitude)라는 것이다.
흔히들 외로움이라고 말하면 의지박약이나 자신감의 부족, 나약함의 대명사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로워도 외롭다고 말하지 못한다. 요즘같이 무한 경쟁시대에 만에 하나 나의 외로움이 곧바로 나의 결함으로 비춰질까봐 겁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외롭다고 말한 사람도 없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나오는 그런 친구하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김치 냄새가 나는 옷을 입고도 내가 부끄럽지 않고,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친구가 과연 몇이나, 아니 한명이라도 있을까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외로운 것이다. 자신의 외로움을 드러내지 못해서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어도 정작 위로 받지 못하고 그 외로움을 해소하지 못한다. 하지만 혼자 있는 건 더 무섭다. 그래서 많은 모임에 참여하고 온/오프라인 상의 인맥을 유지한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나온다. 이거 딱 내 얘기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형태의 외로움이 고해성사처럼 흘러 나온다. "당신은 왜 날 이해 못하는 거야?" "아무도 날 이해해주려고 하지 않아."라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 나 역시도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그 당신에 포함된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을 간직한 채 살아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섣불리 "이거해라 저거해라" 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책을 읽어 나가는 사이 내가 이런데... "그 사람도 이럴 수 있겠구나."하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만든다. 나와 그가 론리니스(loneliness)의 상태에 있을 때는 모두가 힘들다. 하지만 외로움에도 질적 차이가 있는 것처럼 솔리튜드(solitude)를 접할 때 우리는 외로움 속에서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외롭고 힘들어서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일이 오늘 이 시각에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외로움을 솔리튜드(solitude)의 상태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자. 누군가의 말처럼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가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결국 죽는 순간에 혼자일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쉽지 않겠지만 외로움을 론리니스(loneliness)가 아닌 솔리튜드(solitude)로 전환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자.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 하지 말고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외로움을 나의 미래를 위한 성장통의 하나로 여길 수 있도록 생각의 전환을 이루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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