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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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상처는 트라우마로 남아 때로는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잘 이겨낸다면 참 다행이지만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때로는 정상적인 삶이나 관계 맺기도 힘든 경우가 있는데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고양이 눈』 역시 어린 시절 곤충학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일레인 리슬리라는 인물이 아버지의 정착과 함께 토론토에 살게 되면서 겪은 사회적 부조리, 또래 소녀 집단 속에서의 따돌림과 상처를 담아낸다.

물론 작가가 딱 이 정도에서만 그쳤다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였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런 일레인이 부조리한 사회 속, 그리고 자신은 친구라 믿었던 코딜이어와의 관계 속에서 느꼈을 악의 이후 내면으로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회와 집단에 대해 잘못된 것을 주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결국 성공한 예술가로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레인의 삶에 배치된 다양한 장치들이 마거릿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데 그녀가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라 불리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 속을 그녀가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레인이 토론토에 정착하고 난 뒤 본격적으로 학교에 가고 또래 여자아이들의 집단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속에서도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가운데 또다른 세계처럼 보이는 남자 아이들의 세계, 그 당시 사회의 분위기까지 겹쳐지면서 일레인이 당시 느꼈을 압박감이나 낯섦에서 오는 이질적이고도 이방인 같은 느낌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해지는 코딜리어의 괴롭힘, 주변인들의 방관이 그려지기도 한다. 

성공한 예술가가 되어 고향인 토론토에서 개인전을 열기까지, 노년의 예술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청소년기를 오가며 회고하는 모습 속에서 코딜리어는 왜 그토록 일레인에게 악의를 보였고 요즘으로 치면 학교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 폭력을 가했을까 싶은 의문을 일레인은 오랜 시간이 지난 고향으로 돌아가 과거 자신이 위험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깨닫게 된다. 

과거 남성중심의 사회 속 일레인 가족들이 호기심이 대상으로 이후 차별와 따돌림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듯, 당연하게 여겨지던 그 암묵적 룰에 끼지 못했던 존재는 비단 일레인과 그녀의 가족들만이 아니라 코딜리어를 비롯한 그 시대 많은 여자아이들 역시 그러했을지 모르겠다는 사실 말이다.

증오와 복수심을 안고 살아가는 것보다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기란 몇 배로 어려울 것이다.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서 일레인이 과거의 그 모든 것들을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어떻게 보면 스스로가 진정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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