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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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는 제목에서부터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냈던 작품이다. 게다가 타임루프와 미스터리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이 둘을 작품 속에 풀어냈을지도 기대되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게 잘 그려진 작품이라 은근히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도 작가가 오랫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해온 저력이 자신의 첫 번째 장편소설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게 아닐까 싶다.

 

 

각기 다른 상처, 특히나 사랑의 실패에서 오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삼남매가 아버지의 장례식날 뜻하지 않게 타임루프를 경험하게 되는데 기묘한 점은 그 시기가 17일 전으로 계속해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굳이 17일 전이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되돌아갔다 현재로 오다보니 아버지의 장례식도 반복된다. 이쯤되면 자신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문제들 보다도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지 왜 하필 17일 전인지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고 어떻게 하면 시간이 정상적으로 흘러갈까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된다. 

 

분명 8월 22일을 살았고 당연히 어제인 8월 22일을 지나 오늘이자 어제 기준으론 미래인 8월 23일로 넘어가야 하는게 정상이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은 8월 5일로 되돌아가 있다. 그렇다면 이 일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아버지는 오랫동안 아프셨고 삼남매는 우여곡절 긑에 장례를 치룬 상태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턴테이블과 LP판을 발견한 것이 이 모든 문제의 시초다. LP판을 틀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17일 전 아침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다. 
 

 

장남 진태, 차남 진수, 그리고 막내딸 해민까지. 삼남매는 졸지에 17일 전으로의 타임루프를 반복하면서 뭔가 이유가 있을거란 생각을 하고 아버지의 유품 중 일기를 단서로 여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게 된다. 무려 5권에 달하는 아버지의 일기장이다. 그리고 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그 시간들을 통해서 아이러니하게도 반복되는 기회 속에 삼남매의 삶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내가 쓴 내 일기를 읽어보면 세상 그렇게 유치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남의 일기는 그렇게 재밌다니... 아버지의 일기 속 아버지는 삼남매가 생각지도 못한 모습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남겨진 자식들은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라는 한 인간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은근한 재미와 감동까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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