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체조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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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체조』.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닥터 이라부 시리즈다. 그리고 변함없는 천진난만함과 뻔뻔함을 오가는 기묘한 이라부식 치료가 역시나 이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무심함과 시크함 사이를 오가는 간호사 마유미의 활약 여전해서 정말 이런 곳이 있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마저 하게 된다. 

 

이라부 종합병원의 지하에 자리잡은 정신과. 팻말이 없다면 창고로 착각할 정도인 곳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딘가 의사답지(?) 않은 이라부와 더 간호사답지 않은 마우미가 있다. 마음의 고민을 간직한 사람들, 치료가 필요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닥터 이라부와 마유미 콤비를 통해 과거의 자신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까?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해설자」는 일본에서 연일 코로나 확진자가 천 명을 넘어서던 때에 경기 악화는 방송계에도 불어닥치고 결국 자신이 원래 일하던 부서에서 <굿타임>이라는 생방송 프로그램으로 옮겨 온 게이스케가 시청률에 목을 매는 미야시타의 종용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할 의사를 대학 동기로부터 추천받는데 미야시타의 요구(미인 정신과 의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겠다는)와는 달리 이라부를 소개받으면서 시작된다. 

 

우려와는 달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라부와 세상 무심하기 그지없는 마유미 간호사의 방송은 일약 화제가 되고 시청률은 그들이 출연하고 하지 않고에 따라 달라지는데... 과연 시청율이 높기만 하다면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미야시타의 방송철학은 이라부와 만나 어떻게 될까?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패널들과는 다른 이라부식 진단이 정말 솔직하게 표현된다는 점이 은근히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이였다. 

 

 

「라디오 체조 2」는 화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가쓰미라는 30대 남성의 이야기로 화를 낼만한 상황에서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하니 결국 과호흡으로 이어지는 경우인데 자신의 회사와는 협력 병원인 이라부 종합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와서 이라부로부터 치료를 받게 된다.

 

이라부는 그에게 화를 내라고 여러 화낼 만한 상황을 만들어보지만 가쓰미로서는 쉽지 않다. 결국 이라부는 과거 자신의 환자이기도 했던 전직 야쿠자 이노까지 데려와 그를 도우려 하지만 이마저도 가쓰미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이제는 도저히 고치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가쓰미는 토리테쓰들에게 의외의 행동을 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 속 하고픈 말(화)을 제대로 표현하게 되는데...

 

「어쩌다 억만장자」는 이라부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일본 내 유니세프 이사로 있는 분으로 닥터 이라부 시리즈에서도 이라부의 가족이 등장한 것은 처음인것 같은데 이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공원에서 이라부 어머니의 개에게 물린 야스히코라는 데이 트레이더의 이야기로 어머니가 이라부 종합병원으로 데려와 치료를 받게 하는데 이때 공황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라부가 치료를 맞게 된 것인데 은둔형 외톨이처럼 거의 집안에만 머물면서 주식 거래만 하는 야스히코를 치료하는 이라부와 마유미. 과연 마지막 야스히코의 파격적인 결정도 이라부의 의도대로 된 것일지 아니면 그의 예상밖 행동일지 사뭇 궁금해졌던 이야기다.
 

「피아노 레슨」은 도덕 교과서처럼 살아 온 피아니스트 도모카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마지막 「퍼레이드」는 역시 코로나 시대 비대면이 일상화되었던 때에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이 어려운 유야라는 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천진난만함과 무모함 내지는 뻔뻔함을 보면 야쿠자였던 이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라부는 그 누구와도 친해진다고, 그건 인간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고. 야쿠자인 자신조차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노에겐 그것이 신선했고 치료를 통해 첨단공포증을 치유했다고.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각자 자신들만의 이유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며 남들을 너무 신경 써서 정작 자신의 마음을 파악할 기회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 속 문제를 이라부는 서슴없이 꼬집고 솔직하게 말한다. 어떻게 보면 환자의 입장을 너무 생각하지 않는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솔직함은 자신이 그러지 못했던 것을 속시원히 대신해주는것 같아 어느새 공감하게 되고 자연스레 이라부에게 이끌려간다.

 

나무라는것 같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진단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스스로가 그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이라부식 치료의 묘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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