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에 당연히 저자가 그림을 공부한 사람이겠거니 했지만 저자는 언론학과 서양사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 저자에게 그림은 어떤 존재였을까? 역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림은 하나의 사료로 작용했을테지만 이후 감상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 그리고 알게 된 것들을 자신만의 것에서 머물러 있도록 하지 않고 이렇게 미술 에세이를 썼다고 하니 어떤 면에서는 미술 전공자가 아님에도 지극히 전문적인, 서양사를 공부한 저자에겐 충분히 전문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좀더 색다른 관점에서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해서 더욱 기대되었다. 

 

 

그림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때로는 상당히 공적인 자료이다. 화가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겨져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속에 시대상이, 어떤 역사적 사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도 한데 이 책에서는 좀더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림 이야기가 전해진다. 물론 그속에는 그림이 담고 있던 그 시대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개인적 감상과 미술사적인 이야기가 함께 어울어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총 3부에 걸쳐서 진행되는 그림 이야기 속 그림들은 정말 다양하다. 생각보다 많은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이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일단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실려 있는 점도 좋다. 신기한 것이 호퍼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주변의풍경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보통 실내에 사람이 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이 고독해 보일지언정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하고 그점이 묘하게도 호퍼의 그림에 끌리는 이유다. 

 

특히 고독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한 개인이 스스로에게 주는 휴식 같은,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은 의미의 고독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그 분위기가 묘하게 마음에 든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서도 1부의 <외롭지 않은 고독>에 호퍼의 그림을 담고 있다. 

 

생동감 있는 그림들도 많고 또 책을 통해 처음 만나보는 그림들도 제법 있는데 이 그림들을 해석하고 있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확실히 그냥 보는 것보단 누군가의 도슨트가 곁들여진 상태에서 그림을 바라보면 새삼 모르고 지나칠 것들도 보이기 마련이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색다르게 다가오는것 같다. 그림을 좀더 다채롭게 해석할 수 있고 풍부한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외롭게만 보이지 않는 고독의 힘을 만나볼 수 있는 1부의 그림들, 하루하루의 삶이 그때나 지금이나 치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속에서 좌절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담은 2부의 그림도 인상적이다. 끝으로 인생이란 결국 머물러 있지 않는 시간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그 과정에서 어쩌면 필연적으로 찾아 올 변화들이 때로는 두렵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겠지만 담담히 맞이하는 생각의 시간을 그려낸 그림들인 3부도 흥미롭다. 

 

마치 3단계를 거쳐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이 한단계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은 구성과 그림들의 등장이라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그림 이야기이다. 




 

 

#사적인그림읽기 #이가은 #아트북스 #예술 #미술 #나만의미술관 #그림이야기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