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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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둘리 만화를 보았을 땐 지금처럼 공룡에 대한 내용이 대중적이지도 않았던것 같고 또 지금만큼이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구체적인 정보도 없었고 그 모습의 디테일적인 차이도 몰랐다. 그저 만화에 나오는 그 정도 수준이라고 할까. 그래서 둘리의 겉모습만 보곤 참 귀엽다 싶었다. 

 

그런 귀여운 둘리가 엄마랑 헤어져서 지구에 도착했는데 도움은 커녕 매번 혼내기만 하는, 그래서 집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인 모습에 고길동 아저씨는 그야말로 만화 속 빌런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고길도 아저씨는 진정한 성인군자가 따로 없었다. 오히려 그때는 보지 못했던 둘리를 비롯한 둘리의 친구들, 게다가 떠맡게 된 조카까지... 어디로보나 집에서 편하게 쉬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물건은 부서지고 객식구들은 하나같이 버릇없고... 그걸 다 어떻게 참고 사셨나 싶어 돌아누운 런닝 차림의 고길동 아저씨가 왠지 측은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새삼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최근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개봉 기념 에디션으로 출간된 아기공룡 둘리 원작,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는 둘리를 보고 자란 세대에겐 새삼 다른 느낌으로 많이 다가올것 같다. 그때의 고길동 아저씨의 아들딸 또래가 이제는 당시의 고길동 아저씨와 동년배가 된 때에 마주하는 오래 전 이야기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동시에 그 이상으로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라는 제목부터가 왠지 이제는 정말 아저씨가 되어버린, (지금쯤이면 대략 70살이 넘은 할아버지가 되었을 듯...) 고길동 아저씨를 이제는 우리가 돌봐주어야 하는 어른이 되어버린것도 같아 기분이 묘하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 말하는 '고길동'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과거의 많은 것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책임져야 했던 고길동 아저씨와 동격을 이룰 바로 우리의 모습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싶고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매사에 천진난만하지만 어떨 때보면 세상 통달한것 같은 둘리에게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행복의 소중한 가치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그려지는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추억의 만화 <아기 공룡 둘리>의 모습을 이렇게 에세이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실제 만화의 장면과 어울리는 위로와 힘이 되어 줄 문구들을 읽어볼 수 있는 시간도 상당히 좋았던것 같다.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며 어른도 때로는 힘들고 지쳐서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 책이, 그리고 둘리가 전하는 메시지가 그런 필요한 순간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책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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