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 네오픽션 ON시리즈 11
박해수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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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 이토 준지, 그리고 백진스키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현실적 디스토피아를 담아낸 미스터리 단편 모음집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는 박해후 작가님의 데뷔작인 동시에 첫 소설집이기도 한데 제목이나 표지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기괴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르소설집이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장르 역시 공포, 호러, 미스터리, SF와 판타지까지 다양해서 독자들에게 더욱 큰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이 작품이 현실적인 면모를 많이 담아냈다는 언급을 했었는데 이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인 「블랙홀 오피스텔 601호」와 「세컨드 헤븐, 천삼백하우스」에서 잘 묘사된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에 전세 사기까지 생겨나면서 오히려 월세에 눈을 돌린다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월세도 상당해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인데 「블랙홀 오피스텔 601호」는 월세를 조금이라도 아껴보려는 마음에서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반대로 「세컨드 헤븐, 천삼백하우스」는 좋은 환경에서 살고픈 인간의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지하에 지어진 집에 입주하려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묘하게 대조적인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을 선택할 때 무엇이 가장 첫 번째 기준인가를 생각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면모가 담긴 작품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나의 집이 점잖게 피를 마실 때」는 역순의 시간적 구성을 선보이는데 주인공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한 27일째 되는 날부터 시작해서 26일째, 25일째....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집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p.71)'라는 첫 문장이 너무나 의미심장이다. 기괴한 분위기의 집,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이후 새집에서의 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커녕 그 집이 가진 비밀과 주인공이 이 집에 이사 온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역순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독특하면서도 오히려 어떤 면에서 보면 주인공이 심리를 더 잘 느끼게 하는 대목이지 않았나 싶다.

 

「범인은 로봇이 분명하다」는 최근 여러 SF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AI,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로봇의 오작동이 불러 온 살인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마치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AI>를 떠올리게 한다. 

 

 

「몰락한 나무들의 거리」는 사람의 몸에서 뼈가 자란다는 기괴한 설정을 통해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게 되고 그 결과로 차별하고 마치 엄청난 잘못된 존재인것마냥 대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신의 사자와 사냥꾼」는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인간 세상에서 만약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해 봤을 때 이런 상황도 가능할까 싶은 궁금증이 들게 하고 만약 그렇다면 너무 무섭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작품인 「한때 홍대라고 불리던 곳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인간이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또다른 죽음의 바이러스가 더욱 급격히 전파되고 이를 막고자 하는 정부 당국의 탄압과 이에 맞서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집에 숨어 지내는 주인공 앞에 이를 피해 도망치던 한 여자가 도움을 요청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지극히 현실적일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작품 모음집이다. 어떻게 데뷔작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님의 상상력과 현실감이 조화를 이루고 스토리는 흡입력이 있는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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