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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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죽음 이후의 세계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저 사후 세계를 체험했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뿐이고 종교에서 말하는 이야기를 통해 상상하고 그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작해낼 뿐이다. 그렇기에 창작의 세계에선 죽음 이후의 세계는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시미즈 하루키의 『작별의 건너편』 역시 죽음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조금 다르다. 죽고 난 후 온전히 저승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공간이 바로 작별의 건너편이다. 그곳에는 어딘가 모르게 세월을 초월한, 그러나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안내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안내인은 작별의 건너편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재회'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24시간을 허락하는 것이 마지막 재회다. 단,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란 현세에서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만약 자신의 죽음을 아는 사람과 마주하면 그 순간 소멸되어버리고 만다. 

 

 

작품 속에서는 그렇게 작별의 건너편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학교사였던 아야코, 한 아이가 데리고 있던 개가 사고가 날뻔한 걸 구하다 자신이 죽었다. 남편과 4살 난 아이를 둔 채로. 그녀는 과연 마지막 남은 24시간 동안 누굴 만나러 갈까? 

 

너무나 어린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마지막을 히어로로 기억할 아들의 마지막 재회가 너무나 눈물겹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술을 많이 마셔 결국 그게 원인이 되어 죽음에 이른 남자 야마와키. 가족이라곤 연로하신 부모님 혼자인데다가 젊었을 때 의절하다시피해 딱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 그런 그가 우연히 떠올린 생각은 죽기 전 빌린 DVD를 여전히 반납하지 못했다는 사실. 결국 그는 그거라도 하자 싶은 생각에 마지막 재회로 DVD 가게 점원을 찾아가 밀린 연체료를 지불하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수 십년을 잊은 채(어쩌면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지워버리자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살았던 부모님, 특히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자신의 장례를 치뤘기에 자신의 죽음을 아는 부모님, 그러나 동시에 치매로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만나러...

 

여기에 열아홉 살의 고타로. 그 정체가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반려동물을 둔 사람들이라면 고타로와 주인의 이별에 오열하게 될지도 모를 이야기다. 

 

 

작품 속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단연코 안내인이다. 그는 정체가 모호하다. 말하는 거나 알고 있는 것들을 보면 상당히 나이를 먹은것 같지만 외모는 젊어 보인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그는 지바 지역을 담당하는, 더욱이 자신이 이 지역을 선택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고 맥스 커피(아주 단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

 

안내인은 작별의 건너편에 온 존재가 현세에서의 마지막 재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행복함을 안고 떠나기를,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고 가기를, 그리고 갑작스런 이별로 힘들어할 남겨질 이들과 떠날 이들이 겪을 이별의 아픔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그 역시도 누군가와의 갑작스런 이별을 경험했던게 아닐까? 그래서 그 아픔을 공감하며 남은 사람과 떠나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이런 일을 하도록 특별히 그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버린 것에 대한 속죄 아닌 속죄로 먼저 이 작별의 건너편에서 그 사람이 자신의 생애를 잘 살고 삶의 마지막을 맞이했을 때를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가 맥스커피를 천천히 음미하듯 마시는 이유는, 어쩌면 그가 사랑했던 사람이 즐겨 마시던 음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안내인에게 있어 맥스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일일지도...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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