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곤 우화 - 교훈 없는 일러스트 현실 동화
이곤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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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곤 우화』는 일단 책 사이즈가 생각보다 작다. 보통의 CD 케이스 정도라고나 할까. 처음 책을 손에 들고 그 크기에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책에 담긴 글도 비교적 길지 않다. 대체적으로 짧다. 그런데 그 글이 묘하게 여운을 남긴다.

 

처음 읽을 때는 웃음을 자아내는데 막상 웃고 나면 지극히 현실적이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겠구나 싶은 그런 느낌이라면 이해가 될까?

 

이런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박명수 씨의 어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말들과 비슷한 기조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거나 '티끌모아 티끌'이라거나... 참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바로 명작으로 손꼽히는, 그래서 희생정신을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색다른 버전이다. 자신이 좋아하던 소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결국 나무 그루터기만 남았을 때 그 조차도 나이가 들어버려 할아버지가 된 소년에게 의자로써 쉼을 선사하는 이야기... 모두 알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나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소년이 나무의 일부를 달라고 할 때 나무는 단박에 거절한다. 스스로를 아끼는 나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행복해진다. 어릴 땐 그저 나무가 소년에게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모습이 대단하다 싶었는데 이 글을 보니 참 색달랐던것 같다.

 

또 흔히들 자기 분수를 모르는 이를 빗대어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하는데 뱁새도 돈이 있으면 멋진 차를 타고 황새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사실!! 맞다. 부모의 재력이 곧 자신의 능력이 되고 또는 힘들지만 자수성가한 경우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핸디캡이였다.

 

 

책은 이런 이야기다. 당연히 감동이 오겠지라고 생각했던 이야기의 마지막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반전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를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사고의 다양성이라고 할 수도 있고 철저히 현실적인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감동도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무수히 노력한 끝에 결국엔 해내는 끝기를 보여주고 그 노력의 결과는 당연하게도 감동을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보면서 안타까웠던 이야기도 있다. 지상 최고의 포식자 중 하나로 불리는 북극곰이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있을것 같은 힘을 지닌 북극곰이지만 정작 자신의 멸종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그 적나라한 현실과 상황이 그랬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북극곰은 익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북극곰은 이동에 얼음이 필요한데 얼음이 없으면 계속 수영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쉴 수 없어 익사한단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여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불편한 진실. 그러나 엄연히 통용되는 사실이자 더이상 장미빛 이야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의 모음집이다.

 

그래서 감히 말하건데 이 책에 대해 '교훈 없는 일러스트 현실 동화'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 책만큼 짧은 글과 간단한 그림으로 팩트 폭행의 현실 교훈을 담은 책은 없을거라 말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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