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초판본 셰익스피어 4대 비극 (1577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금장 양장 에디션) -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민애.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서점가에서 인기있는 키워드는 아마도 리커버북과 초판본일 것이다. 그중 초판본인 경우 사실 한 가지 버전이 아니라는 점에서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소위 지름심을 유발하는 장본인이기도 한데 이번에 만나 본 『초판본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역시나 더스토리에서 선보이는 초판본 시리즈 중 한 권으로서 마치 오래된 고서적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어 어딘가 모르게 셰익스피어의 작품과도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라고 하면 언뜻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 작품은 포함되지 않는다.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 되시겠다. 특히나 책은 금장 에디션이라 더욱 소장가치가 있어 보인다.

먼저 『햄릿』을 살펴보면 아마도 그 내용은 잘 몰라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문구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인간의 고뇌를 고스란히 담아낸 이 문장이 바로 이 작품에 등장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머니와 숙부가 결혼을 한다는, 그런데 또 아버지의 죽음에 새아버지가 될 숙부가 관련되어 있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막장 중의 막장일수도 있는 스토리. 햄릿은 그 사이에서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선뜻 하지 못하는 가운데 고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아마도 설정 자체가 비극 중의 비극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나오는 『오셀로』는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무어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오셀로는 베니스의 장군으로 등장한다. 오셀로는 공국의 의원인 브러밴소의 딸 데스데모나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로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는 브러밴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행복할 것 같았던 이들의 관계는 오셀로의 기수인 이아고의 농간으로 캐시오와 데스데모나의 관계를 의심하게 되면서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다.

『리어왕』은 권선징악이라고 해야할지,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 뭔가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에서 나옴직한 설정 같은데 영국의 리어 왕에겐 거너릴, 리건, 코딜리어라는 세 딸이 있었는데 왕은 자신의 왕토를 이 딸들에게 주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막내인 코딜리어를 제외한 첫째와 둘째에게 속은 리어왕은 두 딸에게만 재산을 물려주고 코딜리어는 쫓아내게 된다.

이후 재산을 받은 두 딸은 더이상 아버지에 대한 공경할 마음이 없게 되고  진정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위했던 코딜리어를 생각하지만 이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후회만 남을 뿐이다.

『맥베스』는 한 인간의 권력욕이라고 해야 할지,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죄책감으로 고통받는다는 점에서 애초에 왜 마녀들의 예언을 따라 맥베스는 장군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던컨 왕을 죽이고 그 아들들에게까지 못할 짓을 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한다.

결국 역모를 일으킨 것도 맥베스 본인이고, 예언대로 왕이 되고 자신의 아내는 왕비가 되어 봤겠지만 어떻게 보면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자리라는 점에서 그로 인해 따라오는 고통 역시 두 사람이 감내해야 할 원죄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는다면 다시는 셰익스피어의 4대에 어떤 작품이 들어가는지 헷갈리지 않을것 같고 또 무엇보다도 각 권으로 만나는게 아닌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초판본으로 읽어볼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책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