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된 기억의 세계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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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기억이 짧게는 7분, 대략 보통의 경우 10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면 어떨까? 마치 데자뷰처럼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인데... 싶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처음과 같다면, 게다가 이것이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에 생긴 문제라면?

 

 『분리된 기억의 세계』는 바로 그러한 설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의 포문을 연 이는 여고생 리노. 그녀는 컴퓨터를 하던 중이였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보니 누군가 자신의 컴퓨터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간을 써놓고 있다.

 

그런데 곧이어 다시 이 문구를 수차례 보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문구가 계속 생겨나고 처음 리노는 자신 안에 다른 인격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차츰 진짜는 자신이 단기 기억 상실증과 같이 저녁을 먹고 컴퓨터를 하러 자신의 방으로 올라온 이후의 기억이 자꾸만 사라지고 또 새롭게 행동하지만 또 잊어버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1층에 있는 엄마를 보러오니 엄마의 증상도 마찬가지. 심지어 TV 속 뉴스 앵커도 똑같은 증상. 그 시간 각지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이 마저도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은 리셋되어 버린다.

 

이때 리나는 한 가지 생각을 해낸다. 자신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것. 그리고 이것을 인터넷으로 나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함께 기록하는것.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기억 장애. 이로 인해 일대 혼란을 겪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 나름의 자구책(터무니없을지라도, 어쩌면 나중의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때 도움이 될지도 모를)을 마련하면서 끝을 맺는다면 이후에는 장기 기억을 외부의 메모리에 저장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십 년이 흐른 미래에 기억을 반도체 메모리에 저장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몸은 기억을 담아내는 장치일 뿐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게다가 이 메모리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심어진다면, 반대로 나에게 다른 사람의 메모리가 심어진다면 또는 심을 수 있다면...

 

기억을 소재로 타의적으로 잃어버려 혼동을 겪는 사람들, 그리고 기억을 메모리칩에 저장하기에 이를 악용할 사례가 생기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색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책이여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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