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 가족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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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억 단위의 돈은 실로 엄청나다. 워낙에 여기저기서 억 소리가 나다보니 대수롭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자신에게 억단위의 돈이(그것도 무려 3억원이다.) 생긴다고 하면 얘기를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은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박인국의 아내에게 존엄사를 계기로 3억원 가량의 일시금으로 지급된다는 설정에서 오는 가족들의 갈등이 먼저 그려진다. 교통사로를 당해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 이 엄마에 대해 보험사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가족들이 존엄사를 허락하면 무려 3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겠다는 것.

 

거액의 돈이다. 이에 남편 인국, 큰 아들 정도, 딸 정아에 이어 막내 정각까지(여기에 정도의 여자 친구도 등장한다). 돈을 받으려면 존엄사에 동의를 해야 하니 이는 곧 가족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선뜻 여기에 동의하기도 사실상 쉽지 않다.

 

하지만 부도덕하다고 하기엔 박씨네 가족들의 여러 상황이나 엄마의 상황이 누구라도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인것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책은 이런 가족 구성원들의 어려운 상황들을 하나하나 그려낸다. 이것인 비단 이들에게 존엄사의 동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은 아닐테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고민을 할 순 있지 않을까하는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이들 가족에서 오히려 더 큰 돈이 생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그냥 써버렸다가는 자칫 범죄자가 될 수도 있기에 이 돈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흐름에 변화를 제공한다.

 

이미 오랜 신간 병원에 입원에 있는 엄마의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동의쪽으로 겨우 일단락 되어가던 차에 생긴 이보다 더 큰 돈이 불어오는 낙원연립 박씨네 가족들의 좌충우돌 이야기. 그저 웃기다고만 할 수 없는 현실감을 바탕으로 여기에 더해진 극적인 요소의 결합이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자아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웃픈 상황 속에서 어쩌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게 하는 점도 김상하 작가의 저력이 아닌가 싶다. 표지 속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평범한 외모인데... 어딘가 슬퍼 보이면서도 무덤덤한 표정이라 왠지 마음이 짠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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