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 히가시노 게이고 에세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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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고 하면 왠지 소설이겠지하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 본 『사이언스?』라는 책은 에세이 장르에 속한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것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제목과 장르와도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는데 책을 읽어보면 문득 작가님들은 다 이렇게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은가 싶은 궁금증이 들게 했던것 같다.

 

게다가 한편으로는 과학이라는 주제로 소설가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싶었기에 더욱 읽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에 담긴 과학 이야기는 총 28편이다. 결코 적지 않은 이야기이다. 사실 과학이라고 하면 왠지 부담스러워서 너무 어렵진 않을까 싶을지도 모르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의외로 우리의 생활 속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나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일상이라고 해야 할지, 사생활, 또는 취향 등과 관련해서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소설을 읽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만 봐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키(실제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작품에도 스키장에서 일어나는 사건, 스키장이 배경인 곳이 종종 등장하고 그중에서도 스키 타는 기술은 스키를 모르는 사람에겐 낯설것 같은 용어들도 심심찮게 사용함을 알 수 있다)와 온라인 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악플, 그리고 인간 대 인간 사이의 대면에 의한 관계가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관계에 대한 우려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있다.

 

과학수사와 관련한 이야기 역시도 작가의 추리소설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작가 스스로도 의미있다고 말하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DNA와 관련해서 이 DNA 분석, 정보 수집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게 그 중 하나가 혹시라도 국가가 장악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는가에 언급이다.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인간이 지극히 사적인 정보를 국가가 장악했을 때 벌어지는 문제는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불가능하지 않은 부분이라 흥미로웠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과학 이야기도 나오는데 바로 Y2K. 2000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킬 것이라는 정말 케케묵은, 무려 20년 전의 이야기. 새천년이라고 많이들 기대했고 한편으로는 우려했던 부분을 여기서 만나니 그때가 떠올랐던것 같다.

 

책은 절대 어렵지 않다. 오히려 개인에 따라서는 왠만한 소설책보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그의 색다른 매력을, 그리고 다양한 식견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과학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사회적인 문제들을 조금은 가볍게 읽는다는 의미에서도 흥미로울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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