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내려오다 -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어
김동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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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라고 하면 왠지 부럽다. 과연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일을 직업으로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양한 인생의 경험을 한 작가의 어쩌면 그 보다 다양한 여행기, 더욱이 그 여행 속에서 만났던(경험했던) 천국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치 어디를 가든, 어디에서 무얼하든, 내가 마음 먹기에 따라서 누군가에겐 지옥 같은 곳도 나에겐 천국일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책이다. 처음엔 궁금한 마음이 가장 컸다. 얼마나 좋았길래 무려 하나의 천국이 아니라 가는 곳마다 천국을 경험했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책을 펼쳐보니, 그속에 정말 많은 천국들이 내려앉아 있었다. 저자가 경험한, 때로는 생과 사의 갈림길이라고 할 수 있는 산속 고립된 상황 속에서도 돌이켜보니 평생에 다시없을 천국 같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았다.

 

 

버건디 색상의 사선으로 그어진 표지는 사실 띄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띄지를 살짝 벗겨내면 짙은 초록색에 저자가 만났던 천국 같은 여행지가 마치 길을 잃은 저자에게 이정표가 되어주듯 별자리처럼 그려져 있다.

 

칠흙같은 어둠이라고 하기엔 좀더 밝은, 어쩌면 새벽녘 같기도 한 하늘을 묘사한듯한 분위기에 별자리 같은 이정표는 책을 한층 멋스럽게 해서 좋다.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 그렇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 보이는 삶을 향한 열정과 생존을 위한 쉼 한자락이 묻어난다는 이야기에는 사진도 있지만 흑백이다. 컬러보다는 차분한 이미지가 왠지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나오는 저 지도. 휴대전화 몇 번만 터치해도 금방 나오늘 구글맵이나 항공지도가 아니라 고문서에서나 봄직한, 그래서 마치 나의 천국을 찾아가는 보물지도 같은 느낌이 들어 참 좋았던것 같다.

 

세상에 신기한 곳들이 많을테지만 저자가 만난 첫 번째 천국은 바로 인도의 바라나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이곳에서 화장을 하는 것이 생의 마지막을 가장 행복하게 장식하고 소위 말하는 천국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인도인들의 간절한 바람이 묻어나는 곳에서 저자는 진짜 죽음 그 이후를 목격한다.

 

화장터에 가만히 앉아 그네들의 화장의식을 지켜보는 이방인. 참 기이하게 느껴졌을 저자의 모습이 날을 더해갈수록 그들의 눈길을 끄는 것 이상이 되고 마지막 순간 갠지스강물에 몸을 담그고 그들이 말하는 축복 의식을 서스럼없이 행하는 저자의 모습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많은 이들과의 이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오는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위한 저자의 여행은 여러모로 때로는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과거에 만났던, 저자에겐 천국 같았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마지막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여행을 통해서 천국같이 밝아 보이는 미래를 느꼈다는 저자의 모습이 담담하지만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지금 무수한 여행길을 거쳐 자신의 집에서 여행길에 올라 있을 많은 사람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을 독자들에게 바라는 마음이란... 저자가 만났던 자신만의 천국을 우리들 역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

 

이 책을 통해서라면 천국이란 결코 멀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굳이 먼 여행길이 오르지 않는다해도, 또는 힘든 여행길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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