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없다

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반전이다. 이럴 것이라고 짐작하던 결말에 반전이 더해지면 재미는 더해진다. 그렇기에 이런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 등은 결말이 누출되어 버리면 왠지 볼 맛이 안난다. 이미 긴장감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이 ‘반전의 상실’을 두고 진행되는 작품을 한 권 만났다. 바로 『반전이 없다』 이다.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다. 책들의 반전만 누군가가 찢어 간 것이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다. 이게 단순 장난 수준의 범죄라면 그저 고약하다 정도로만 여길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괴짜다 싶을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라면 추리/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추리소설이 등장하는 살인사건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장난의 수준을 넘어서는 이야기로 이 작품은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무려 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일단 작품성은 인정받았다고 할 것이다.

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이 사건을 추리하는 인물이 흥미로운데 안면인식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그 장본인은 친전이다. 형사로서는 상당히 치명적인 약점일것 같은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친전은 놀랍게도 자신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니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결국 형사를 그만두려고 하지만 휴직으로 일단 마무리된 상태다.

손주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상도 사실 쉽지 않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도 몰라볼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 살고 있는 한 독거노인이 천장이 무너져서 깔려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참혹한 사건 현장 속 놀라운 점은 노인의 얼굴이 처참한 이유가 바로 책이라는 것. 그런데 이 책이 좀 이상하다. 바로 책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이 모두 찢겨져 나간것이다.

비록 안면인식장애를 가졌으나 형사로서 뭔가 이상한 점을 직감한 친전은 결국 동료인 나영과 함께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 그런데 이 사건 속에서도 어김없이 반전이 찢겨나간 추리소설이 등장한다. 

과연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반전이 찢겨나간 추리소설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추리소설 장르 속 추리소설의 반전이 사라진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운 책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사건을 쫓는 친전의 안면인식장애라는 상태가 과연 어떤 요소로 작용할지도 눈여겨 볼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