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뉴욕

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가 상당히 고급스러운 도서다. 뭔가 앤틱한 느낌도 들어서 동일한 출판사에서 소설 작품을 모으는 재미도 있을것 같다. 『올드 뉴욕』은 시리즈라고 할 수 없지만 레인보우퍼블릭북스에서 출간된 3번 도서로 총 4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모음집이기도 하다.

어느 사회에나 그 사람들만의 세상이라고 부릴만한 상류층이 존재한다. 그중 뉴욕 상류층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의 경우 보통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소위 가문이라 불릴만한 부와 명성 모두를 갖춘 경우가 커서인지 당시의 사회상과는 또다르게 그들만의 세상 속 문화, 부의 과시, 그리고 에티켓 등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흥미로운것 같다.

특히나 이 작품의 저자인 이디스 워튼 스스로가 뉴욕 상류층 출신이라고 하니 이 책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자란 문화가 반영된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처음으로 나오는 「헛된 기대」의 주인공 루이스 레이시는 레이시 가문의 세 자녀 중 유일한 아들로 어떻게 보면 셋 중 가장 유약해 보인다. 당시 부유층 자제들이 떠났던 그랜드 투어를 앞두고 아버지의 친지들과 일종의 환송식을 펼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미 그에게는 아버지의 사촌인 켄트씨가 자신의 남동생의 부탁으로 거둬들여 후견인 역활을 했던 트리시라는 아가씨를 좋아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

사실 루이스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강함을 보여주고 싶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통해서 명화 컬렉션을 만들고픈 또다른 욕망의 발로이자 아들을 명화 콜렉터의 자격으로 그랜드 투어를 보낸 셈이기도 하다.

하지만 루이스는 직접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기대와 바람을 벗어난 작품들을 모아오게되고 는 결국 아버지의 실망을 사게 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흘러 루이스의 수집품들이 재평가되면서 오히려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는 점이다.

「노처녀」는 랄스턴 가문의 델리아와 사촌 샬롯, 그리고 샬롯의 딸인 티나, 이 세명의 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클레멘트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노처녀로 나이가 들고 있는것 같은 샬롯이 사실은 티나의 친엄마. 그런데 티나는 오히려 샬롯을 이모로 델리아를 엄마로 생각하고 있다.

결혼 후 안정적인 삶을 사는 델리아는 결혼도 하지 않은 샬롯이 티나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들 모녀의 생계를 도와주다 남편의 사망 후 결국 이들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게 되는데 사실 티나의 생부인 클레멘트는 원래 델리아를 좋아했으나 결국 샬롯과의 관계로 티나를 태어나게 했던것. 참으로 복잡한 관계이다. 각자의 선택이였고 그로 인한 결과이겠지만 샬롯이란 여성의 삶이 참 안타깝기도 했던 이야기다. 노처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샬롯만의 사연이라고 사연이라고 해야할지...

「불꽃」은 헤일리 딜레인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와 그가 전쟁 중에 만났던 또다른 남자와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닫게 된 그의 인생철학이라고 해야 할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새해 첫날」은 제목 그대로 새해 첫날 한 호텔에서 불이난 가운데 리지와 헨리가 그 화재현장에서 함께 목격되면서 둘의 불륜이 뉴욕 사교계에 회자되고 겉으로 표현만 하지 않았을뿐 리지는 꽤 오랫동안 사교계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지만 사실 이 사건에는 뜻밖의 반전이 존재한다. 뻔한 불륜 소설 같은 이야기는 나름의 반전을 선사해 독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