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문화사

선물의 문화사 - 조선을 이끈 19가지 선물
김풍기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9년 12월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해본 기억 누구나 있을 것이다. 보통은 상대가 원하는 선물로, 때로는 가장 필요할것 같은 선물을 하기 마련인데 이때 주는 사람은 상대를 생각해서 선물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건내는 순간까지 정성을 다하려 한다.

그리고 받은 이는 훗날 그에 대한 답례로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렇듯 선물은 단순히 주고 받는 의미를 넘어 마음이 오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선물의 의미를, 선물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조선 시대의 19가지 특별한 선물로 만나보면 어떻까? 『선물의 문화사』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과는 참 많이 달라진 선물들도 있고 여전히 그 의미를 지닌 선물도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서 달력을 구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이맘 때쯤에 은행만 가도 방문하는 고객들이 마음대로 가져가도록 우산꽂이 같은 곳에 꽂아두었는데 요즘은 그런 풍경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달력이 상당히 귀한 선물이였던것 같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19가지 선물이 대체적으로 특별한, 귀한 것들인데 왕이 하사하기도 하고 사대부에서 서로 선물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요즘으로 치면 수도나 도시에는 이런 달력을 조금이나마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구하기란 더욱 어려웠다고 한다.

단오날에는 한해의 무더위를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단다. 흥미로운 선물 몇 가지를 보면 앵무배라는 것인데 앵무조개로 만든 술잔이다. 술잔으로 만들 정도로 큰 앵무조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왕이 풍류를 즐기라는 의미에서, 또 중국에서 사신으로 온 사람에게 줄 정도로 귀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걸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요즘으로 치자면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기도 했다니 소수의 귀한 물건은 흔치 않았기에 더욱 갖고 싶어하고 바로 이런 마음이 오히려 더 그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불러왔던게 아닐까 싶다.

또 한 가지, 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금이야 겨울되면 흔하게 먹을수 있는 귤이 조선시대에는 너무 귀했고 임금에게 진상하는 품목 중에서도 귀하디 귀했다고 하는데 종묘의 제사에도 올랐을 정도라고 하며 성균관 유생들에게 이 귀한 귤을 하사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황감제(또는 감제)라 불리는 과거시험까지 쳤을 정도라니 말이다.

또한 단순한 검이 아니라 부정과 악귀를 쫓는 의미에서의 도검도 있었고 비단보다 질기고 좋아서 중국에서도 공물을 바치기를 원했다는 종이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걸 보면 단순히 희소성에 의한 귀한 물건이였다는 생각보다는 그 물건들을 만드는데 들어간 정성이라든가 기술력, 또는 예술성이 바탕이 되어 있었기에 이런 선물들이 더 큰 가치를 지녔던게 아닐까 싶다.

지금과는 달리 대량생산의 개념이 없으니 오롯이 수공예, 또 어떻게 보면 리미티트 에디션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지금으로 치자면 보통의 백성들이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의 선물은 아니나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귀하디귀한 선물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