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를 걷다 - 생텍쥐페리가 사랑한 땅
주형원 지음 / 니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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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인들에겐 『어린 왕자』라는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랑스 출신 작가, 생텍쥐페리. 사실 그의 작품은 이외에도 유명한 것이 더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단연코 『어린 왕자』이고 기억 속에 완독한 경우도 이 작품이 유일하다 싶다.

 

그런데 사실 세상에 그를 알린 것은 자신의 직업과도 무관하지 않았던, 어쩌면 자전적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인간의 대지』였다고 한다.

 

이 책의 『사하라를 걷다』의 저자 역시도 처음 『인간의 대지』를 접하고는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했지만 이래저래 미뤄졌고 몇 년이 흘러 출근길에 이 작품을 몇 주에 걸쳐 읽는 동안 생텍쥐페리가 그토록 사랑한 사하라의 고공을 함께 비행하는 듯한 기분을 맛본 후 자신 역시 떠나고 싶은 강한 열망을 얻게 된다.

 

그렇게해서 어떻게 보면 다분히 충동적인 선택으로 회사에 휴가를 내고 사하라 사막의 입구에 자리한 '마미드'라는 현지 여행사를 찾아 연락을 취하고 책을 완독하는 날 모로코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게 된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토록 사하라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켰던 것일까?

 

저자가 담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그녀가 두 번째로 다녀 온 사하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주일간의 사막 트레킹 이야기. 열 명 남짓한 여행 참가자들과 함께 소수의 현지 가이드와 낙타를 타지도 않고 지프차를 타지도 않고 그저 걷기를 통해 사막을 체험하는 그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막하면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그렇다. 삭막함. 그리고 낮과 밤의 심한 기온차. 그러나 밤이 되면 세상의 불빛은 오로지 별빛 뿐인듯한 위대하다 불러도 손색이 없을 장광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것.

 

사실 두려움도 크다. 어쩌면 저자도 그랬을리라. 그렇기에 여행사를 고르는 것도 신중했고 혼자가 아닌 다른 참가들이 있는가도 확인했던 것. 여행에 대한 갈망이 크다고 해도 여자든 남자든 낯선 공간과 낯선 환경(특히나 사막이다)에 혼자 놓이게 되는 건 사실 불안함이 더 클테니깐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숙소가 따로 없다. 텐트를 치고 그 안에 들어가 자기 도 하고 처음으로 오롯이 아무런 벽도 없는 공간에서 비박으로 침낭 속에 들어가 자연과 연결된 채 잠들기도 한다. 그러다 어둠이 태양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그 시간 극심한 추위에 놀라 잠에서 깨어 뜻밖에도 일출을 보게 되기도 한다.

 

이후로도 비박을 경험하고 한 날은 비가 내려 급하게 일어나보니 사막에도 비가 온다는 것을, 그 비 뒤에는 무지개가 뜬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생각한다.

 

나는 사막에도 비가 내리고 무지개가 뜬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무지개가 사라지면 모래에 떨어진 빗방울이 척박한 사막에 생명을 내린다는 것을.

어느새 무지개는 두 겹이 되어 우리의 텐트 뒤 하늘에 걸려 있었다. 나는 희망한다. 아니, 믿는다.

아무런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막 같은

우리 인생에도 비가 오고 무지개가 뜨는 날이 있다는 것을.(p.222)

 

첫 날 잠이 들고자 할 때 평소의 잠자리와 너무 달라 두려움을 느꼈던 저자다. 자연 속에 오롯이 노출된 채 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피곤함도 가시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점차 별빛이 아닌 인공 조명이 자리한, 그래서 이제는 이 트레킹을 끝낼 시간이 오자 아쉬워진다. 분명 잠자리를 불편하고 제대로 씻지도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생활보다 더 몸은 가볍고 행복했다는 저자...

 

함께 트레킹을 했던 여행 참가자들, 자신들을 인도했던 가이드 일행들... 그들에 대한 추억을 글로 남길 때 저자는 너무나 충격적이고도 그래서 믿고 싶지 않은 사실과 마주한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주 강한 에너지를 가졌다고 생각했던, 사막 위에 팔을 괴고 모로 누운 그의 모습이 사막의 풍경에 녹아 들어 있는것 같았던 바로 그 주인공의 사고와 사망 소식...

 

알지도 못하는 그가, 누구보다 사하라에 동화된 채 살아가는 것 같은 그의 부재가 어쩌면 그리도 생택쥐페리와 닮았는지... 책을 다 읽고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서걱거렸던 기분이 들었던 것도 바로 이런 탓이 아닐까 싶다.

 

단순하 사라하의 여행기가 아닌 왜 그토록 생텍쥐페리는 사하라를 사랑했는가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었던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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